[김국배기자] 인텔이 최근 들어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다.
코드명 나이츠랜딩(Knights Landing)으로 불리는 새로운 '제온파이' 프로세서다. 이에 따라 인텔의 슈퍼컴퓨팅 전략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인텔은 제온파이를 통해 머신러닝 학습 분야, 시각화 등 범용 병렬 컴퓨팅 분야를 노리고 있다.
◆"보조 프로세서 아닌 OS 부팅 프로세서"
인텔이 내놓은 3번째 제온파이의 목적은 병렬컴퓨팅으로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제온파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으로 출발한 면이 있지만 HPC 중심으로 역할이 정리되면서 병렬 처리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다만 구조가 달라졌다. GPU 코어 대신 작고 단순하게 설계한 x86 코어를 64개에서 최대 72개까지 합쳤다. 제온 프로세서보다 코어당 성능은 낮지만 프로세서 단위로 보면 코어와 쓰레드가 많고 연산 효율성을 높여주는 명령어 세트가 더해지면서 병렬 연산 성능을 크게 높였다.
인텔 측은 "제온파이는 연산을 돕는 '코프로세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을 돌릴 수 있는 프로세서"라고 설명했다.
제온파이의 종류는 4가지다. 가장 상위 제품은 7290으로 72개 코어가 1.5GHz로 작동한다. 그 아래 모델은 7250으로 코어 68개, 작동속도 1.4GHz다. 7230과 7210은 코어 64개, 1.3GHz의 조건은 같지만 메모리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수천 대 묶는 클러스터에 유리
제온파이는 HPC와 슈퍼컴퓨팅에 쓰이게 된다. 제온파이 프로세서 하나는 3테라플롭스(TFlops) 정도의 연산 능력을 갖는다. 전력 효율성도 높다. 열 설계 전력(TDP)은 215W부터 최대 260W로 3TFlops대 성능을 만들어 낸다.
무엇보다 새 제온 파이는 인텔이 시스템을 모듈형으로 꾸리도록 하는 확장형 시스템 프레임워크(SSF) 기술과 고속 통신망인 옴니패스 아키텍처를 이용하면서 시스템을 수 백, 수 천 개 묶을 때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했다.
인텔에 따르면 머신러닝 학습에 제온파이를 이용하는 데모를 시연한 결과 2개, 4개 노드를 묶을 때는 거의 성능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비례했다. 8개를 연결해도 90% 정도의 성능을 냈으며 128개의 제온 파이를 묶으면 약 50배의 성능을 나타냈다.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엔비디아의 맥스웰이나 테슬라 GPU에 비해 생명과학 분야에서 5배, 시각화에서 5.2배, 금융에서 2.7배 가량의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이 수치는 아주 최적화된 상황에 대한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다"면서도 "PCI를 쓰지 않고 각 프로세서가 직접 옴니패스로 묶이는 시스템 구조만으로 병렬 연결에 대한 병목 현상을 빗겨갈 수 있기 때문에 수 천 개 프로세서가 묶이는 슈퍼컴퓨터에서는 성능 차이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머신러닝 시대, 슈퍼컴퓨터 전략에도 변화
제온파이 프로세서가 HPC 영역에서 기존 제온 프로세서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제온파이는 병렬 처리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고, 제온 프로세서는 싱글 코어당 성능이 높다. 서비스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프로세서가 쓰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게 인텔 측 설명이다.
물론 제온파이만으로 HPC를 만들 수 있고, 제온과 제온파이를 섞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x86 기반 프로세서이기 때문에 제온 기반으로 짠 코드를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전반적인 설계 유연성이 높아진다.
인텔 라지브 하즈라 데이터센터 그룹 부사장은 "머신러닝은 학습과 채점의 반복으로 이뤄지는데 제온파이는 쏟아지는 정보를 분산해 학습하는 데 쓰이고, 싱글 코어 성능이 높은 제온으로 채점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슈퍼컴퓨터가 병렬 처리의 중요성이 높다고 하지만 여전히 코어당 성능이 높은 제온 E7 프로세서와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인텔이 바라보는 장기적인 HPC 전략도 변화가 있다. 인텔 HPC 플랫폼 그룹 마케팅 책임자 휴고 살레는 "인텔의 슈퍼컴퓨터 전략은 제온과 제온 파이, 그리고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로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PCI를 이용하는 범용 GPU는 제온파이로 대체되고, FPGA로 특정 서비스에 특화된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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