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6일 간의 방한 일정 동안 차기 대선 구도가 크게 흔들렸다. 반 총장이 30일을 마지막으로 뉴욕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같은 차기 구도가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반 총장이 방한 기간 동안 대선 구도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며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해 결심하겠다. 필요하면 여러 분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후 행보도 대선을 향한 것이라고 보기 충분했다. 충청 출신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택을 찾아 30여분 간 배석 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대화 내용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여권의 핵심 텃밭인 TK 지역도 찾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하회마을에서는 '제왕 나무'로 불리는 주목을 기념식수하고 경북도청 신청사도 방문했다. 이 때문에 충청과 TK 지역의 연합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반 총장은 이후에는 자신을 여권의 대선주자로 가르는 언론 보도에 '오해'라고 선을 그었지만, 총선 이후 무주공산이 된 새누리당의 확실한 대선주자로 자리를 매김했다.
중앙일보가 27~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지지율에서 반 총장이 28.4%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최근 국내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16.2%,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는 11.9%, 박원순 서울시장 7,2%였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4.2%였다.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자 구도에서는 반 총장은 45.7%를 얻어 문재인 전 대표 24.6%, 안철수 대표 20.1%를 앞섰다. 더욱이 반 총장의 지지층 중에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45.1%로 반 총장의 고향 충청의 30.6%보다 높아 주목됐다.
이같은 반 총장의 대선주자 입지 확보는 기타 여권 주자 뿐 아니라 야권의 대선주자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여야의 대선 구도는 다소 빨라질 전망이다.
기타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반 총장보다 앞서 안동을 방문했고, 안철수 대표는 강연 정치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대선 행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 반기문 총장의 이같은 열기가 현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향후 검증이 본격화되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임기가 아직 남은 상황에서 한국의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점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6일 간의 방한으로 반 총장은 여권의 대표적인 대선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제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년 초 대선 구도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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