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대선 구도가 조기에 불 붙을지 주목된다.
반 총장은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최근 관심이 높은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해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며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해 결심하겠다. 필요하면 여러 분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발언은 외교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강했다. 72세로 고령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 대선 후보들도 70세, 76세 이렇다"며 "저는 10년 동안 마라톤을 100m 뛰듯 했다. 1년에 정상을 몇 명을 만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얼마나 만나는 등 일정의 개수를 보면 대충 안다"고 체력에 문제가 없음도 강조했다.
총선 패배 이후 유력한 대선주자가 사실상 전무한 새누리당은 달아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등 TK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과 충청의 반기문 총장이 협력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진석 원내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나경원 의원 등 여권 주요인사들은 제주도로 날아가 반 총장을 만났고, 여권 내 친박계 의원들은 반 총장의 대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안홍준 의원 반 총장의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 CBS 라디오에 출연해 "101%"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부상과 여권 주류인 친박계의 이같은 반응은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대선 시계를 보다 빠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움직이는 대선주자들, 손학규 '새 판'-정의화 중도보수 개편 나서
이같은 분위기는 야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당에 비해 야권은 분명한 대선주자들이 상존하고 있다. 대선 주자 순위 1,2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그들이다.
4.13 총선에서 성과를 거뒀고, 각자 자당에서 확고한 입지를 선점한 만큼 이들의 대선 가도는 탄탄하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야권 대선주자들은 속도를 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특히 5.18 기념식 참석자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 판'을 언급하는 등 정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광주 방문에서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하는 등 대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본인의 대권 도전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정계개편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정 의장은 26일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을 창립한다. 중도 개혁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새한국의 비전'에는 새누리당 정병국·정두언·길정우 의원과 여권 성향 무소속 조해진·권은희 의원, 야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발기인 및 창립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물론 3당 체제로 재편된 20대 국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야권 발 분화에 이은 여권 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선 도전 시사와 현재의 판을 흔들려는 야권 대선후보들의 움직임이 대선 경쟁의 조기화로 나타날 수 있어 주목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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