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매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제치고 최대 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앞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외 계열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전량 매입, 지분 34.3%로 삼성전자(37.5%)에 이은 2대 주주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추가 매입으로 삼성카드는 삼성생명의 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삼성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다만 관련법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고, 추가 금융 계열사의 지분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은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28일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중인 삼성카드 주식 4천339만3천170 주를 주당 3만5천500원, 총 1조5천404억5천800만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취득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71.86%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아울러 이날 삼성생명은 자사주 300만주 매입도 결정했다. 취득 예정 금액은 2천946억 원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삼성카드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사업 시너지 확대 및 안정적 투자수익 확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삼성 금융 계열의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의 이 같은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지주사 전환? 삼성 "지주사 전환과 무관"
삼성은 이 같은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은 물론 삼성 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반 지주사 전환 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데다 중간금융지주사 역시 관련법도 마련되지 않은 데다 추가 계열 지분 확대 등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는 지난 2012년 발의된 중간금융지주법이 4년째 계류 중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두고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
현행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탓에 삼성을 비롯한 현대, 롯데, 한화 등 금융 자회사를 둔 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중간금융지주를 통해 주요 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중간금융지주법은 이번 경제활성화법 처리 등에 묶여 임시회기내 처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 확대에 나서면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형국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 70% 이상을 확보하면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시 자회사 편입 기준(상장사 지분 30%, 비상장사 50%)을 충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그동안 꾸준히 삼성 금융계열사 지분을 늘려왔다. 지난 2014년에는 삼성증권(65.25%), 삼성중공업(3.88%), 삼성화재(1.18%)가 보유한 삼성자산운용 지분 전량을 매입, 100% 확보한 바 있다.
또 삼성선물이 삼성증권의 100% 자회사인 만큼 이번 삼성생명은 이번 삼성증권 지분 확대로 삼성선물을 손자회사로 두게 된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삼성 금융 계열의 지분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삼성정밀화학과 제일기획, 삼성전기, 삼성SDS 등이 보유해온 삼성생명 지분을 시간 외 매매 형태로 전량 제3자 매각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핵심 계열인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등 측면에서 중간금융지주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에 필요한 중간금융지주법은 현재 야권 측의 반발로 여전히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라는 게 최대 걸림돌. 야당 등은 해당 법안이 대기업 총수의 영향력만 확대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당장 삼성생명 중심의 중간금융지주사를 도입하려면 삼성카드 외에 삼성화재(14.98%), 삼성증권(11.14%) 등 기타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30% 까지 추가로 늘려야 한다. 자금 부담 등으로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이 쉽지 않다는 시각은 이 탓이다.
삼성 측도 "이번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매입은 금융지주사 전환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계열간 지분을 정리, 관련 사업을 묶어 시너지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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