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 그룹의 최근 동향이 심상찮다. 계열간 사업 양수도나 합병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그룹 순환출자의 주요 연결고리인 삼성생명이 계열에 흩어져 있던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매입하고 나섰다.
삼성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 등에 따른 세제혜택이 오는 2015년에 끝나는 관계로 타이밍상 적절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 걸림돌. 후계구도를 감안, 향후 계열 분리 등을 염두한 지분 정리 등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확대하면서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 회사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시간외 매매 형태로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중인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이날 삼성생명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441만6천619주를 비롯해 삼성물산의 294만2천88주, 삼성중공업의 3만8천261주 등 삼성카드 지분 총 739만6천968주를 총 2천640억원에 사들였다.
이번 거래로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율은 28.6%에서 34.41%로 늘었다. 기존과 같은 2대 주주지만 지분율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37.45%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는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시 자회사 편입 기준(상장사 지분 30%, 비상장사 50%)을 충촉하는 수준.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확대를 놓고 중간금융지주 설립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반면 현재의 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사로 전환 하는데는 말 그대로 추가 지분 확대 등 수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당장 삼성생명 중심의 중간금융지주사를 도입하려면 삼성카드 외에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기타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30% 까지 추가로 늘려야 한다.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이 쉽지 않다는 시각은 이 탓이다.
◆타이밍상 적절…계열분리 포석도
그러나 현재 논의가 답보 상태지만 현 정부가 중간금융지주 도입 등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미 비은행금융사의 제조업(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단계적으로 5%까지 축소하는 법안이 나와 있는 상태여서 삼성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지배구조 개선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후계 구도를 염두한 계열분리 등 작업까지 포함, 현재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 시키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실제 현행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예외적으로 15% 까지 허용하고 있는 의결권이 축소되면 당장 삼성생명(7.21%)과 삼성화재(1.26%)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47% 중 3.47%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지분에 대한 처리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초과지분을 삼성전자에 되팔고, 확보된 자금으로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과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일부 교환하거나, 전자 지분을 되파는 형태로 지주사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는 2015년까지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현물 출자 등에 대한 과세를 유예키로 함에 따라 타이밍상은 적절하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38조) 오는 2015년말까지는 지주사 전환을 목적으로 한 주식현물 출자나 교환으로 발생하는 양도세나 법인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며 "지주사 전환에 따른 막대한 비용부담을 덜 수 있어 삼성그룹이 지주사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최근의 계열간 사업 재편과 맞물려 후계구도를 염두한 지분정리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실제 같은날 삼성물산도 삼성SDI가 보유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03만6천966주(5.09%) 전량을 총 1천130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7.81%를 보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1대 주주는 지분 13%를 보유한 제일모직이다.
이처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간 사업 양수도, 삼성SDS와 SNS 합병에 이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간 합병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당 계열사들은 "상호 협업 강화 및 투자자금 마련 차원"이라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 삼성家 3세 경영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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