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전자가 사상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을 비롯한 주주환원정책을 내놨다.
향후 1년에 걸쳐 총 1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고 이와 별도로 오는 2017년까지 잉여현금흐름의 최대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다.
삼성이 이재용 시대를 맞아 시장에서 저평가된 삼성전자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본격화 한 셈이다. 또 삼성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지난 2012년 팀 쿡 CEO로의 애플 체제 변화때 대규모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과 묘하게 겹쳐 눈길을 끈다.
29일 삼성전자는 총 11조3천억원의 규모의 대규모 자사주를 3~4회에 걸쳐 나눠 매입, 매입 주식 전량을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는 1회차 자사주 매입 규모를 4조2천억원으로 결의하고, 30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키로 했다.
또한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키로 했다.
배당에 중점을 두되, 잔여재원 발생 시 자사주 매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때 매입한 자사주 역시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아울러 2016년부터 분기배당 제도의 도입 시행을 검토하는 등 지속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공격적 주주환원 정책, 왜?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등 일환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합병, 매각 등 과정에서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번 자사주 매입과 함께 이의 전량 소각을 결정했다는 점. 이번 자사주 매입이 경영승계를 염두한 지배력 강화 등보다 말 그대로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삼성의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재용 시대를 염두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이는 스티브 잡스 창업주에 이어 팀 쿡 CEO 체제를 맞은 애플의 첫 변화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었던 점과도 묘하게 겹친다.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부정적이던 창업주와 달리 팀 쿡 CEO는 2012년 3월 대규모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 본격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애플이 자사주 매입에 푼 금액은 당시 보유현금 1천억달러의 절반 수준인 450억달러에 달한다. 이중 자사주 매입 규모만 100억달러 규모로 애플은 3년간 이같은 규모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약속한 바 있다.
덕분에 애플의 시가총액은 2011년 말 기준 3천640억 달러 수준에서 3년뒤인 2014년 6천600억달러로 2배 가량 뛰었다.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으로 떠오른 애플은 올해도 주가가 급등하며 시총 7천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1조 달러 돌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시대를 맞아 주가 부양 등 가치 제고에 나선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7년 이후 중단했던 자사주 매입을 지난해 재개했고, 올들어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나선 모양새다.
이번에 결정된 자사주 매입 규모는 11조3천억원. 이는 애플의 첫 매입규모와 같은 100억달러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또 이는 삼성의 작년말 기준 보유현금 69조원의 16%대 수준, 또 10월 현재 120조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의 10%에 가까운 규모다. 아울러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단행된 매입 규모를 웃돈다.
특히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추가로 자사주 매입 및 배당에 쓰기로 함에 따라 3년간 이와 별도로 많게는 10조원대 자금을 추가 투입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결정으로 보유현금의 30% 수준을 주주환원에 쏟아붓는 셈이다.
◆이재용 시대 변화 '주목'
이에 따른 주가 상승 등 재평가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시가총액 및 이익 등에서 애플과 자주 비교돼온 삼성전자는 연간 순익규모는 애플의 절반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순익은 23조원 규모로 올해도 이와 유사한 규모가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의 올해 연간 순익 규모는 400억달러(약 45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주가 차이는 이를 크게 웃돈다.
신한금융투자 등에 따르면 애플의 연간 평균 시가총액 수준은 6천540억달러, 삼성전자는 1천3745억달러로 추산됐다.
주당순익 대비 주가수준을 뜻하는 주가수익비율(PER)로 볼 때도 애플 주가는 PER의 12배, 삼성전자는 8배에 그친다. 소니 주가가 약 19배 수준, 삼성전자와 시가총액이 비슷한 인텔 주가가 13배 이상 임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도 이번 주주환원정책으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 동안 미래성장을 위한 기술 리더십과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매년 200억달러 이상의 시설투자와 120억달러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해 왔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와 회사 모두의 가치제고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회사의 가치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 됐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풀지 않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주가부양 등 요구도 십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향후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식수 감소 등은 결국 삼성물산 등 삼성전자 주요주주의 보유 지분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결과적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라는 동반 효과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시대를 맞아 사업 및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온 삼성이 주주를 챙기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재용 체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일반 주주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이를 설명했다.
과거 삼성전자가 주주이익 환원보다 설비투자 등에 더 집중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주주정책은 이재용 시대를 맞은 삼성의 또다른 변화로도 해석된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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