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국내 보안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보안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성장은 커녕 뒷걸음질만 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안랩을 비롯한 인포섹, 윈스, 이글루시큐리티 등이 2014년 경영 실적을 집계한 결과 대부분의 업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내 1, 2위 업체인 안랩과 인포섹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안랩(대표 권치중)은 지난해 매출액 1천354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 줄고 영업이익은 129% 오른 수치이긴 하나 이익률은 6%에 그쳤다. 인포섹(대표 한범식) 역시 영업이익이 20.2%(114억원)나 늘어난 대신 매출액은 5.5%(1천47억원) 줄었다.
시큐아이(대표 석경협)는 아직 집계가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3분기까지만 놓고 보면 전년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한 상태다.
윈스(대표 김대연)와 이글루시큐리티(대표 이득춘)는 힘든 시간을 맞고 있다. 윈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며 63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액도 5% 줄어든 688억원을 기록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 2013년 7억3천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작년에는 87억원으로 영업손실 폭(-1,085%)이 더 커졌다.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액(564억원)만 4% 늘었다.
라온시큐어(대표 이순형)도 실적이 악화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보다 무려 60% 이상 떨어지면서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출액도 30% 넘게 떨어져 112억원에 머물렀다.
이글루시큐리티 관계자는 이번 실적에 대해 "차세대 제품과 수출향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파수닷컴(대표 조규곤)은 상장 후 첫 해인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모두 오르며 보안업체 중 드물게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31억원, 16억원으로 각각 8.3%, 16.1% 상승했다.
보안업계의 실적부진은 보안사고가 연달아 발생함에도 기업 보안 투자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14년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97%가 정보보호 예산을 5% 미만으로 편성했다. IT예산 중 정보보호에 5% 이상 투자한 국내 기업은 2.7%에 불과하며 이마저 2013년보다 0.5% 하락한 수치다.
심종헌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장은 "정부기관을 포함한 금융, 민간 부문 전 분야에 걸쳐 4분기 '반짝'한 것을 빼면 1·2·3분기 투자가 거의 없었다"며 "지난해 보안업계 매출 기준 평균 성장률은 지지난해와 비슷한 4% 정도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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