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구축 사업이 업계의 이목을 모으는 가운데 정부가 '통합발주냐, 분리발주냐' 시범사업의 발주방식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재난망은 자연재해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군·경·소방 조직 등이 단일한 통신망으로 긴밀히 협조하기 위한 통신 시스템이다.
6일 국민안전처 재난안전통신망구축기획단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공청회를 연 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세부추진계획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2월, 늦으면 3월 중 시범사업 공고를 낼 계획이다. 정부안(案)에는 총 사업비를 비롯해 발주방식, (단말기) 국제 표준 문제 등이 담긴다.
심진홍 재난안전통신망구축기획단장은 "현재 내부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2월 중 공청회를 열어 정부안을 발표한 후 외부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짓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난망 사업은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폭발사고가 일어난 뒤 추진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재추진 중이다.
◆시범사업 '경우의 수'는 많고 사업자 이해관계는 엇갈려
국민안전처가 발주방식을 쉽게 결정짓지 못하는 이유는 분리발주에 따른 '경우의 수'가 많고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재난망 시범사업 지역은 강원도 강릉, 평창, 정선 3곳으로 예정돼 있다. 사업영역도 망 관리센터, 기지국, 단말기 세 분야다. 지역과 사업영역을 혼합하면 여러 가지 분리발주 방안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강릉 지역은 A 사업자가, 평창과 정선을 묶어 B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는 것.
발주방식에 따른 장단점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발주를 할 경우 1개의 사업자를 선정하게 되므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로 비용이 절감되는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중소업체들이 참여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리발주는 이와 반대다.
따라서 대기업의 경우 통합발주를, 참여기회를 얻기 원하는 중소기업은 분리발주를 선호하기 마련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발주방식은 통신장비업체들에도 관심사다.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통합발주의 경우 네트워크 장비 뿐 아니라 단말기까지 모두 갖춘 화웨이, 연합관계를 형성한 에릭슨·모토로라솔루션 등이 선호할 수 있다"며 "제각각 발주할 경우 관리주체가 모두 달라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지만 단말기 부문 정도만을 분리발주하는 건 국내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 3사 재난망 수주전 펼칠 듯
재난망 시범사업 수주전에는 통신 3사가 모두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당초 1월 예정이던 시범사업 발주가 늦어진 이유는 망 설계 때문이었다. 국민안전처는 정확한 망 설계를 위해 강원도 지역에서 전파 실측을 했다. 이에 따라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도 이달로 미뤄졌다.
시범사업 발주가 늦어지면서 KT의 입찰참여 가능성도 열렸다.
KT는 대법원의 부정당업자 제재로 4월 8일까지 정부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이나 45일의 시범사업 공고기간을 고려하면 족쇄가 풀려 사실상 가능해진다. 이동통신사 3사 모두 재난망 사업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KT 측은 재난망 사업 참여에 대해 "확답을 줄 수 없다"고 하고 있지만 국민안전처 역시 이동통신 3사를 의식해 최소 3개 이상의 컨소시엄이 시범사업에 입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이미 재난망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단장은 "최소 3개 컨소시엄 뿐 아니라 제조업체와 시스템통합(SI)의 컨소시엄이 입찰에 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통신장비업계는 공청회가 이달 안에 열린다고 해도 외부의견 수렴과 조정에 시일이 소요돼 실제 시범사업 제안요청서(RFP)가 나오는 시기는 3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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