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나기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탓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로 어떠한 결과를 얻게 될지 아직은 애매한 상태다."
한국과 중국간 FTA 타결에 따른 수혜업종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이 꼽히는 가운데 정작 콘텐츠업계에서는 좀 더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는 중국 내 한국 문화콘텐츠 수익창출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지적재산권 보호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면서 한류 영향력 확대엔 긍정적이라는 반응이지만 영화, 드라마, 음악, 게임 등 각 분야에 대한 세부 합의안이 공개되지 않아 이번 FTA 파급력을 쉽게 속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분야 수혜종목 꼽혀
지난 10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FTA는 문화콘텐츠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국은 연내 기술적 사안을 마무리 짓고 가서명 추진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이번 FTA 체결로 자국의 엔터테인먼트시장의 개방수준을 홍콩과 대만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 홍콩과 대만이 자국문화권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자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해외국가에 대폭 개방하기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FTA 내용 중 문화콘텐츠 산업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그동안 보호받지 못하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음반·방송사업자)'이 대폭 강화되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이번 협상에서는 공연자(실연자)와 음반제작자의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보상청구권이 규정되고,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기술보호조치 및 권리관리정보 보호를 명문화했다.
또 기존 20년에 머물러 있던 방송보호기간을 50년으로 확대하고, 그간 중국 법체계 미비로 반대해왔던 방송사업자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등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이 강화되면서 중국 내 한류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특히 영화 및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방송·시청각 서비스 분야 협력 증진,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합작기업 설립 개방 등은 양국간 문화교류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사는 중국 기업의 지분을 49%까지 가질 수 있게 됐고 정부는 이번 조항에 따라 국내업체가 중국기업과 안정적인 합작법인 또는 공동제작 형태로 문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 공략을 위해 한·중합작 형태로 진출을 시도했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중국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기업업황을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중 FTA 타결로 양국의 엔터테인먼트 교류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중국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상대국 정부의 반독점행위 조사시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법집행 방지 등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중국 국유기업에 대해서도 경쟁법상 의무가 적용되도록 해 중국 내 한국기업과 중국 국유기업 간 공정경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중국의 통상협정과 비교해 볼 때 한·중 FTA 문화서비스 개방 수준은 홍콩과 대만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며 "저작권 보호수준 또한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한 권리침해를 줄이기 위해 일시적 복제권을 부여하고 기술적 보호조치 및 인터넷상 반복적 침해 방지 조항을 도입했다"며 "저작권과 저작인접권 강화를 통해 중국 내 한류 콘텐츠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지재권 보호 상당부분 해결…이해득실 좀 더 두고봐야
다만 국내 콘텐츠 업계는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시간을 두고 세부 합의사항을 살펴보면서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수출산업으로 꼽히는 게임분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중국발 거대자금 유입과 향후 사업 전개에 있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그동안 중국은 자국의 게임산업 보호 정책으로 해외업체들에 까다로운 진출 조건을 제시해왔다.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중국당국의 ICP(Internet Content Provider)와 문화경영허가증을 발급 받아야 하는데, 외국게임 업체에 대해서는 이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이에 국내 게임업체의 중국 진출은 현지 퍼블리셔 회사와 합작을 통한 방법으로만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었으며, 수입하는 외국게임의 총 수치도 제한해 왔다.
국내 대형 게임사 한 관계자는 "추후 협약내용에 어떻게 포함될 지 예상하긴 어렵지만 이미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뿌리 깊게 들어온 만큼 FTA에 따른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FTA 체결로 영세 게임제조사들의 수출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최근 국내외 업체간 게임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 박주선 의원 또한 "각종 규제나 인증절차 등을 포함한 비관세 장벽 해소 작업이 콘텐츠 분야에 대해서도 이뤄질 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비관세 장벽이 사라지지 않는 한 콘텐츠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FTA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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