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자동차' 제외…車업계 '환영'

[정기수기자] 10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자동차가 양국 모두의 양허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경우 중국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협정에서 자동차가 양허 대상에서 빠진 것은 관세를 철폐할 경우 중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글로벌완성차의 생산 물량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완성차 역시 중국에서 이미 현지 생산을 하고 있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국 역시 자동차를 최우선 보호(초민감 업종)에 포함시키길 원했던 만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중국은 수입차에 22.5%의 관세를 매겨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차에 물리는 관세율은 8%다.

당초 국내 자동차업계는 자동차가 FTA에 포함될 경우 자동차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될 경우 중국으로 수출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급차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경우 이미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현지 법인을 세워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한 만큼,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도 수출로 얻는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자동차의 경우 연간 중국 수출량이 약 10만대에 불과하고, 중국 현지 생산량이 연간 180만대에 달한다. 주력업체인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판매한 차량은 157만여대인데 반해 국내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4만8천여대 정도다.

반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될 물량은 예상 밖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등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수입차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관세 철폐로 이들 업체들이 기존 모델 대비 가격을 낮춰 국내에 중국산 차량을 들여올 경우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김태년 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한중 FTA 협상에서 자동차가 양허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앞으로 우리 업체들은 지금처럼 당분간 현지화 전략 위주로 중국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협정 제외로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4공장 건설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연산 10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3공장을 갖고 있고, 중국 서부 지역 공략을 위해 충칭시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4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기아차는 옌청 1공장에서 연간 14만대 규모를 생산하고 있고, 30만대 규모의 2공장과 3공장을 합할 경우 중국에서 연 총 74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는 현지 생산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한중 FTA체결에 따른 기대가 크지 않았다"며 "오히려 글로벌완성차들의 중국 생산 차량의 역수입으로 내수시장 잠식이 우려됐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큰 수혜가 예상됐던 자동차 부품 부문의 경우 제외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행 5% 관세가 적용되는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민감품목으로 분류, 제외되면서 이에 따른 별도의 수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