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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김원홍 입국 사실 몰랐다"


'기획입국설' 부인…18개월 만에 김 전 고문과 법정서 대면

[정기수기자] 지난해 6월 이후 김원홍 전 고문과 연락을 한 적이 없다.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최태원(53) SK(주) 회장이 자신과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태원 회장이 이날 김원홍 전 고문과 법정에서 만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연락이 끊긴 뒤 약 1년 6개월 만이다.

최 회장은 이날 검찰 측이 제기한 김 전 고문의 '기획입국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그동안 최 회장과 해외로 도피했던 김 전 고문이 서로 짜고 계획적으로 입국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의 심리로 열린 김원홍 전 고문의 3차 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고문이 대만 현지 경찰에 체포돼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직전 한국으로 송환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되기 약 보름 전인 지난 7월 15일께 한국 경찰청 인터폴수사대가 검찰에 사전통보 없이 대만에 김 전 고문의 체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면서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제시했다.

또 김 전 고문이 체포 당시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동행했던 점, 최 회장 형제와 SK그룹 관계자들이 김 전 고문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을 들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대만에서 강제 추방된 김 전 고문은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올해 6월 19일 작성된 진술서를 갖고 있었다. 이 진술서에는 최 회장 형제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기록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을 전제로 작성한 진술서를 갖고 있었다"며 "작성날짜가 녹취록이 제출된 시점인 지난 6월 19일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에게 "최 회장 형제가 펀드출자 선지급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인데 협의된 것이냐"고 묻자, 최 회장은 "아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또 "지난해 6월 이후 김 전 고문과 연락한 적이 없다"며 "설사 있었더라도 (재판 과정에)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최 회장은 다만 "수사 초기였던 2011년 12월 중순께 김 전 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본인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다"며 "1심 재판 이후에는 얘기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과정에서 배후 인물로 지목되면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형제와 함께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의 SK그룹 횡령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1년 3월 해외로 도주, 지난 7월 31일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26일 국내로 전격 송환, 곧바로 검찰에 체포, 구속돼 최 회장 형제와 횡령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최 회장은 또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김 전 대표 간 접견록에 대해 의미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앞서 항소심에서 접견록을 토대로 SK 횡령 사건이 김 전 대표가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이 이날 "(접견록 내용에)김 전 대표가 최창원 부회장과 접견하면서 '내가 어쩔 수 없고, SK 측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언급한 게 있지 않냐"고 묻자, 최 회장은 "사촌동생(최창원 부회장)이 찾아와 설명했는데 본인의 발언과 취지가 다르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접견록에는 최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부회장이 김 전 대표와의 접견에서 "3년만 (구치소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김 전 대표는 최창원 부회장과 초중고 2년 선후배 사이다.

당시 최 회장 측은 "이번 재판과 관련된 복잡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과정이 필요해 피고인들 간 접견이 진행된 것"이라며 "검찰이 (접견 당시)대화 내용을 마치 (피고인들끼리) 전략을 짜고 손발을 맞춘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한편 김 전 고문은 2008년 10월 최 회장 등이 SK그룹을 통해 투자자문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천억원대 펀드자금을 투자하도록 하고, 투자금 가운데 465억원을 선물옵션 자금으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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