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횡령의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의 심리로 열린 첫 번째 공판 준비기일에서 김 전 고문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와 다르게 심하게 왜곡됐다"며 최 회장 등과의 범행 공모 일체를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최 회장의 460억원대 횡령 사건의 공범(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으로 김 전 고문을 구속기소했다. 김 전 고문은 2008년 최 회장에게 SK그룹 계열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천억원대의 펀드 투자를 하도록 하고,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리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김 전 고문 측 변호인은 "김 전 고문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로부터 450억원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이는 개인적인 금전거래일 뿐 회삿돈을 횡령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금액도)465억원이 아니라 450억원을 차용(돈을 빌린)한 것"이라며 "김 전 대표에게 연 9%의 이자를 지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김 전 대표와 금전거래가 있어왔다"며 "검찰은 450억원 차용만 따로 떼서 기소했고, 김 전 대표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해 거짓진술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진술한 내용과 비슷한 맥락의 주장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465억원이 김씨에게 송금되는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전 고문의 이 같은 주장은 향후 최 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항소심에서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 전 고문에 법정 진술이 없었던 만큼,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고문 측은 이날 김 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 회장 형제는 물론 김 전 대표까지 증인으로 법정에 설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이들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할 경우 치열한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김 전 고문 측은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선물투자를 일임받아 4천893억원을 받은 혐의(투자일임업법 위반)에 대해서는 "최 회장 이외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투자를 일임받은 사실은 있으나 금액이 다르다"며 "차용금까지 투자금으로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과정에서 배후 인물로 지목되면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형제와 함께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의 SK그룹 횡령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1년 3월 해외로 도주, 지난 7월 31일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은 최근 대만에서 체포된 김 전 고문을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오후 국내로 전격 송환해 조사해 왔다. 이어 같은 달 28일 김 전 고문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14일 구속 기소했다.
김 전 고문에 대한 2차 공판 준비기일은 다음달 11일 오전 10시 40분 서울중앙지법 320호에서 진행된다.
한편 항소심에서 각각 4년과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상고한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의 사건은 현재 대법원 1부에 배당됐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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