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 정기수기자]이달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그룹의 내년 경영전략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연말 인사가 본격화 된다.
이번 인사는 거듭되는 불황으로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대체적으로 '파격'보다는 '안정'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다소 우세하다. 다만 일부 그룹의 경우 사업재편이 잇따르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위한 계열사별 실적 및 친정체제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삼성, 현대자동차그룹은 중폭 이상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LG그룹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서는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먼저 내달 초로 예상되는 삼성의 사장단 인사는 주요 계열인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계열간 사업재편이 속도를 내면서 이번 인사도 이에 맞춰 전통적인 '성과에 보상'원칙에 일부 세대교체형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삼성에버랜드 이관 및 삼성SDS와 SNS합병, 미국 코닝 지분 투자와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정리 등으로 이에 따른 후속인사가 불가피한 상태다. 단연 관심사는 패션사업을 주도해온 이서현 부사장과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사장의 거취다. 이서현 부사장의 경우 에버랜드로 옮기면서 사장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은 수시인사를 통해 필요할 경우 교체인사를 해온만큼 실적 부진에 따른 경질성 보다 올해는 세대교체형 인사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만 60세가 된 CEO 일부와 후계구도 등을 염두, 기획 등 분야의 인물이 중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는 사상최대 실적에 걸맞는 승진인사가 기대되는 가운데 현재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대표로 이어지는 3각 체제의 변화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대교체형 인사가 단행될 경우 후속인사 등 폭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일부지만 올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사업부 수장 교체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부문 흡수 합병이 연말에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이 두 회사의 재편 방향에 따라 다른 계열사들의 인사 이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대차가 이르면 연내 중국 충징에 4공장을 착공할 예정이어서 이를 위한 조직 변화와 인사 이동도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R&D(연구개발) 부문에서는 최근 전격적인 경질 인사를 단행한 만큼, 큰폭의 인사 이동보다는 '안정'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의 흐름이 전망된다.
앞서 지난 11일 정몽구 회장은 일련의 품질 현안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연구개발본부장인 권문식 사장과 설계담당 김용칠 부사장, 전자기술센터장 김상기 전무 등 3명을 전격 경질시켰다.
그러나 정 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칼을 빼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만큼 후속 인사가 커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 경우 권 사장의 후임이 누가 될지 등도 관심사.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강조해 온 품질경영 기조가 이번 인사에도 반영될 것"이라며 "최근 남양연구소 고위임원들을 경질했지만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 해외판매 증대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영업력 보강에 초첨을 맞춰 해외시장인사에도 변동이 예상된다. 국내판매의 경우 올해 발표한 신차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국내 실적이 대폭 악화된 만큼, 책임을 묻는 경질 인사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SK그룹은 총수의 경영 공백으로 인해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두고 인사 폭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따로 또 같이 3.0' 경영체제 도입으로 연초 발표했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올해는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달 중순이나 연말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에 따라 조직 안정화가 우선인 만큼, 큰 폭의 인사 이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계열사별로 엇갈린 실적에 따른 경질과 승진 등 논공행상(論功行賞)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최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계열사 평가를 시작했다. 현재 전무급 이상 CEO 후보군을 대상으로 근무평가를 진행 중이다.
SK증권, SK해운, SK건설, SK네트웍스,SK컴즈 등 올해 실적이 급감한 계열사의 경우 CEO 교체 등 이른바 '물갈이'식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유례없는 정제마진 하락과 글로벌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각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됐다.
이들 계열사의 급감한 실적을 업황 악화에 무게를 두지 않을 경우 경질이라는 카드로 분위기 쇄신을 노릴 수도 있다.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들의 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SK 계열사에는 올해 말로 임기 3년을 넘어서는 CEO가 9~10명 정도 된다. 박봉균 SK에너지 사장,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최관호 SK루브리컨츠 사장 등 SK이노베이션 산하 주요 회사의 CEO 3명도 2011년 취임해 올해로 3년 임기가 끝난다.
또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의 역할 변화도 관심사다.
이달말 께 인사를 단행하는 LG의 경우는 지난해 '성과주의'를 적용,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됐던 만큼 올해 인사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실적이나 세대교체형 인사 가능성은 여전히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LG는 지난해 일부 부회장의 2선 퇴진에 이어 구본준-차석용-이상철 부회장단에 대한 변화가 있을 지가 관심사. LG전자를 맡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의 경우 3년 임기만료로 내년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게 될 전망. 한 때 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경우도 올해 견조한 실적을 올리면서 변화보다는 기존 체제 유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LG이노텍 등 올해 실적에서 선방한 일부 계열사의 승진인사도 점쳐진다. 반면 LG전자의 경우 양대 사업본부인 휴대폰(MC)과 TV(HE)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에 따른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경우. 다만 개발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예상을 깬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박영례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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