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첫날, 스탠퍼드 교정에서 테슬라를 만났다. 직접 본 테슬라는 사진에서 본 것보다 아름다웠다.
단열처리를 제대로 해 냉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패시브하우스’ 오픈하우스를 하는 파티였던 것 같다.
친환경행사답게 '자전거로 주스 만들기' 이벤트도 있었다. 먹고 싶은 과일을 선택해 넣고, 자전거를 열심히 돌리면 된다.
테슬라는 ‘아이언맨' 엘런 머스크가 만든 전기자동차다. 실험용 차가 아니다. 올해 6월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Buick, Cadillac, Chrysler, Fiat, Jaguar, Land Rover, Lincoln, Mitsubishi, Porsche, Volvo 등 10대 브랜드를 제쳤다.
그가 이렇게 많은 식구를 승용차에 태울 수 있는 것은 테슬라가 커다란 엔진이 없이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뒷 트렁크엔 아무 것도 없다. 빈 공간은 아이 둘이 편히 탈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그리고 앞도 말 그대로 텅 비었다. 앞뒤로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대형 배터리들은 차체 바닥에 깔려 있다.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 사이 캘리포니어의 환경은 전기차를 위해 놀랍게 바뀌어 있었다.
단지 테슬라의 수퍼차저만 무료가 아니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IT 기업들이 이미 임직원들이 끌고 온 차에 대해 무료 충전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기차를 사면 평생 기름값이 무료인 환경이 현실로 성큼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구글 캠퍼스에서 임직원들이 몰고온 차들이 사이좋게 전기를 나눠먹고 있다. 출근해서 이렇게 꽂아 놓고, 퇴근할 때 타고 가면 된다.
차량의 내부도 기존 화석연료 차량과는 많이 다르다. 기계장치가 별로 필요가 없는 탓에 내부가 아주 넓다. 조작도 큰 터치패드 패널로 하면 된다.
임정욱님이 직접 모델로 출연해 주셨다.
아주 커다란 터치 패널이 붙어 있다. 기존의 승용차들이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한 서비스들이 올라갈 수 있다. 소프트웨어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업데이트할 수 있고, 새로운 서비스를 덧붙일 수 있다.
임정욱님의 이웃에 마침 테슬라에서 근무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테슬라에는 하드웨어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반반씩 있다. 마치 화성과 목성에서 온듯한 두 개발그룹이 묘하게 잘 어울려 테슬라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과 가장 다른 점은, 테슬라에선 뭔가를 시도해보는게 아주 쉽다는 점이라고 한다. 관계된 부서가 아주 많고, 자동차의 안전도를 비롯해 고려할 것이 너무 많은 기존의 자동차회사들과 달리, 테슬라에선 새로운 시도가 너무 쉽게 일어나 때로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
대형터치패널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이 차는 소프트웨어 덩어리라고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빨리 시도해보고 빨리 실패하는 것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형적인 특징에 더 가깝다. 다른 자동차회사와 달리 테슬라만 본사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밸리엔 테슬라만 있는게 아니다. 구글의 무인 조종 자동차도 있다. 구글의 최신형 GX3200 역시 100% 전기자동차다. 한번 충전으로 최고 750마일까지 갈 수 있다. 마침 구글 캠퍼스에서 무인자동차를 만나볼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선 이 차의 도로주행이 이미 합법이다. 뉴욕, 일리노이, 워싱턴, 네바다와 플로리다주 등도 이 차의 운행을 승인했다. 세르게이 브린은 2017년까지 이 차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무인조종자동차가 사람들이 차를 모는 방식을 바꾸겠구나'라고 생각한다면, 그림을 반만 본 것일지도 모른다. 구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구글벤처스는 최근 '우버'(www.uber.com)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우버는 '온디멘드' 자동차 서비스다. 차가 필요할때 이 앱을 이용해 쉽게 차를 불러 쓸 수 있다.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은 우버는 구글로부터 무인조종 자동차 2,500대를 살 것이라고 밝혔다. 우버는 또 자신들의 차의 운행정보를 구글에 제공하고, 구글은 이 자료를 자신들의 무인조종 자동차를 개선하는데 쓴다.
구글과 우버의 합작이 제대로 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차를 소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차는 사서 갖는게 아니라, 필요할 때 불러서 쓰는 물건으로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을 켜고 차를 부르면 가장 가까이 있는 차가 사람이 있는 곳까지 자동으로 온다. 다 쓰면 세워두고 가면 그만이다. 차는 알아서 돌아간다. 렌트카 사무실까지 가서 차를 빌린 다음 기름을 채워서 되갖다줘야 하는 불편함이 온전히 사라지게 된다. 차를 소유하면 겪게 되는 소소한 차량 관리나 비싼 보험료, 사고 뒷처리같은 일이 모두 필요없어지게 된다.
그래서일까? 테슬라도 3년내로 무인자동조종차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어찌 보면 필연적인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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