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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대규모 '리콜 사태'…영향은?


정몽구 '품질경영' 흠집…업계 "타격 클 것"·증권가 "영향 제한적"

[정기수기자] 경기침체와 수입차업체들의 공세 등으로 내수시장 판매가 감소하고 엔저 심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자동차에 악재가 겹쳤다.

4일 현대·기아차는 브레이크 페달 스위치 작동 불량 등의 결함으로 미국시장에서 190만대를 리콜조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에서 실시한 리콜 중 최대 규모다.

아직 지난 11월 북미 연비과장 사태도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인 만큼, 연이은 악재에 따른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리콜 조치된 자동차 중 브레이크 페달 스위치 작동 불량이 발견된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엘란트라, 제네시스 쿠페, 쏘나타, 싼타페, 투싼, 베라크루즈 등 7차종 106만대다.

기아자동차 차종은 옵티마, 론도, 세도나, 쏘렌토, 쏘울, 스포티지 등 6차종 62만여대다. 대상 차량들은 모두 2007~2011년 사이에 생산된 모델들이다.

엘란트라 19만여대에 대해선 에어백 결함 문제로 추가 리콜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190만여대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당국에 결함이 접수됐고, 이에 대해 당사가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자발적으로 리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서도 16만여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 국내 리콜 대상 차종의 경우 에어백 결함 해당사항은 없지만 미국에서 발생한 브레이크 페달스위치 작동 불량으로 따른 것이다.

현대차 리콜 대상은 2009년 7월∼2010년 3월에 생산된 구형 아반떼, 2010년 6월∼2011년 6월에 생산된 구형 싼타페, 2008년 9∼11월 생산된 베라크루즈 등 총 11만여대다. 기아차는 2010년 6∼7월 생산된 구형 카렌스, 2010년 10월∼2011년 4월 생산된 쏘렌토, 2010년 6월∼2011년 6월 생산된 쏘울 등 총 5만여대다.

현대·기아차는 일단 지난 2009년 토요타의 리콜사태를 교훈삼아 신속하게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국내 해당 차량 소유주들에게 리콜 사실을 통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무상 교체해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현대·기아차에 대한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4일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과 가진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리콜에 따른 비용은 아직 계산해 보지 않았다"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빨리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콜의 원인에 대해서도 "설계 결함도, 제품 결함도 아니다"며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최대한 빨리 수습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결함이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번 리콜 사태로 인해 품질 향상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중점으로 추진해 온 현대·기아차의 중장기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콜 사태는 연비과장 문제와 달리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데 심각성이 적지 않다"며 "현대·기아차가 신속한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경영을 내세우며 '제값받기' 정책을 강조해 온 만큼, 신뢰도는 물론 판매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수년째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품질경영' 기조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연초 시무식에서부터 그룹 경영방침을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으로 제시하며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열린 현대차와 기아차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정 회장은 지속적으로 '품질 경영'의 중요성을 언급해 왔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리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귀책사유가 부품업체인지 완성차인지 나오지 않아 정확한 피해규모가 산정되지는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에서는 미국 이외의 내수, 유럽 등 확산까지 고려해도 현대차 700억원, 기아차 4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전기스위치(단가 3천원)의 교체와 공임 포함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충당금은 아마 1분기 실적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나, 규모로 볼 때 중장기적으로 큰 흠집을 내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토요타처럼 사망사고가 없고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다"며 "안전과 직접 관련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판매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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