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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가 창조경제 '발목' 잡는다"


이병기 교수 "산업 고착화 돼 개편 시급…ICT 전담부처 절실"

[강은성기자] 새 정부 조직개편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사안은 '새 부처 신설'보다는 거대부처로서 여기저기 발목을 잡고 있는 현 부처를 개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온갖 정부기능을 한데 끌어모은 '비대한 부처' 지식경제부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자 현 국가미래연구원 위원을 담당하고 있는 이병기 서울대 교수는 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부조직개편 방향' 간담회에서 정부 조직개편과 운영, 국정 철학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제대로 된 지식창조사회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ICT 전담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나, 이의 신설보다도 앞서서 비대조직인 지경부의 해체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화 고착된 지경부, 창조경제 발목 잡아"

이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현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지식경제부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비판을 던졌다.

먼저 이 교수는 현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 '합의제 구조이기 때문에 정파적 요소가 강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과거 방통위 1기 상임위원이었던 이병기 교수가 직접 그 구조를 체감하고 내놓는 비판이어서 뼈아프지만 의미가 크다.

그는 "전문성이 부족한 상임위원들이 합의에 의해 업무를 추진하다보니 규제에는 적합했을지 몰라도 진흥에는 부적합했다"면서 "적시에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고 '합의'라는 구조에 묻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지식경제부가 창조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장애'가 된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지경부가 정보통신부로부터 ICT 업무를 이관받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 부처는 ▲무역투자통상 ▲산업기술 ▲에너지 자원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ICT) ▲우정사업 ▲정부 출연연 관리 등을 모두 맡고 있는 비대조직으로 출발했는데, 결국 무엇하나 제대로 하질 못했다"고 지적했다.

몇개 부처가 나눠 해도 될까말까 한 일들을 모조리 한데 몰아놓아 해당 산업에 대한 진흥 및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한 부처내에서조차 정책이 통일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많은 일을 단 한명의 장관이 책임을 지려니 제대로 될 수가 없다"면서 "온갖 기능은 한데 모아 비대 조직을 만들어 놓고 정작 필요한 기능은 분산시켜 이도저도 아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최근 국가적 비상상황을 야기하고 있는 전력 문제만 하더라도 소관부처인 지경부가 위기상황을 예측해 장단기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지만 이같은 기능이 미흡해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 또 한 부처 안에서 서민경제를 위한 에너지 비용 인하 요구와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한 에너지 요금 인상 요구가 상충돼 부처 내에 '교통정리'가 되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경'이 사라진 산업 특성은 무시하고 통상 업무를 외교통상부로 이관해 지경부가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는데 한계를 드러냈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려 해도 대기업 중심의 정책이 많아 벤처가 외면받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ICT는 말할 것도 없고 과학기술 성장 동력 역시 기계에 있는게 아니고 사람에 있는데, 지경부는 (기존 전통산업에 주력한 나머지)산업시대 문화에 고착돼 있어 지식창조 패러다임 전환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 지경부"라면서 "다른 부처 창설보다 (지경부의 개편이)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CT 전담부처는 규제와 진흥 분리해야"

이병기 교수는 창조경제를 이끌 해답으로 ICT를 제시하면서 이를 위한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ICT 전담부처를 신설한다 하더라도 '규제와 진흥' 기능이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방송통신위원회와 비슷한 '합의제' 기구는 사후규제를 전담하는 순수 위원회 조직으로 존속돼야 하며, 대신 분산된 ICT 관련 정책을 총괄해 진흥을 전담할 독임부처 또한 새롭게 설립돼 ICT 산업을 함께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4시간 ICT에 대한 내용을 고민하는 '장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각 부처에 ICT 기능을 흩어놓으면) 해당 부처 정책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제대로 된 진흥을 할 수 없다"면서 전담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사후 규제를 할 때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각계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에 의거해 규제를 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각계 추천 인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에서 사후 규제를 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현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기구의 존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부가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거나 규제하려 하지 말고, 기업 활동 및 연구 개발에 대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플랫폼 형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그는 피력했다.

이 교수는 "국가적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정책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어떤 규모의 지원을 하겠느냐는 판단을 정부가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면서 "이는 민간의 전문가 집단에 맡기고 정부는 지원, 진흥, 육성에 초점을 맡겨야 한다. 이를 통해 참여형 정부도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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