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올 한해 SNS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때마다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이었다.
특히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인터넷과 SNS를 통한 선거 운동을 허용하면서 총선과 대선의 열기는 고스란히 SNS로 이어졌다. 각 캠프는 SNS 전담반을 운영할 정도로 SNS 선거운동에 공을 들였다. 유권자들도 SNS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투표를 독려하고 지지 후보를 성원했다.
그러나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SNS 여론과 총선 대선의 결과가 차이를 보이면서 SNS가 '그들만의 밀실'이라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특성상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관계를 맺다보니 편향적인 생각에 갇히게 된다는 지적이다.
◆총선·대선, SNS 선거로 이어져
총선과 대선의 치열한 선거전은 SNS에도 이뤄졌다. 각 캠프는 SNS전담반을 운영했고, 후보들도 SNS 계정을 개설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후보는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에 계정을 열고 유권자와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SNS에선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만큼 두 후보 친근한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SNS에 단전호흡이나 애니팡을 하는 사진을 싣는 등 일상을 공개하며 소탈한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 사퇴 후 심경을 고백하거나 강아지를 안고있는 사진을 실어 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네티즌들도 SNS 선거전에 동참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사를 밝히기도 SNS로 TV토론을 생중계하며 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7일 트위터와 다음소프트가 3차 대선 TV 토론에 대한 실시간 트위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선 관련 트윗 메시지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투표 독려 열기도 뜨거웠다. 네티즌이 만든 투표 독려 포스터, 영상 등은 SNS를 타고 빠르게 전달됐다. 투표 후 '인증샷'찍기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SNS, 그들만의 밀실인가
그러나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SNS여론과 총선·대선 결과가 차이를 보이면서 SNS가 '그들만의 밀실'이라는 회의론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이 152석 과반을 확보한 결과에 대해 공지영작가는 "결국 SNS, 팟캐스트의 영향력은 서울과 신도시 정도라는 것. 방송 장악이 제일 큰 요인인 듯. 젊은이들의 정치 무관심도"라는 트윗을 남긴 바 있다.
이 양상은 대선에도 반복 됐다. SNS에선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당선인보다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했지만 박 당선인의 승리로 끝났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당선인 보다 SNS친구가 많았다. 문 후보는 트위터 팔로워 36만여명.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 17만여개로 팔로워 25만여명, 좋아요 수 3만6천여개의 박 당선인을 앞섰다. 카카오톡만 박 당선인이 67만여명으로 52만여명의 문 후보를 앞질렀다.
소셜여론 분석 서비스 '펄스K'를 활용해 미디컴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 11월27일부터 12월19일까지 트위터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언급한 횟수가 문재인 후보보다 많았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이 담겨 있는 글이 많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당선인이 트위터에 언급됫 횟수는 180만6천314건으로 52.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문재인 후보는 165만640건으로 47.7%를 기록했다.
박근혜, 문재인이 언급된 트윗 상위 리트윗(RT) 100건에 대한 긍··부정 트윗 점유유을 보면 박 당선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글이 78.4%, 중립적인 의견이 16%, 긍정적인 의견이 5.6%였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긍정적인 의견이 53.9%, 부정적인 의견이 16.9%, 중립적인 의견이 29.2%였다.
실제 대선은 SNS 민심과 차이가 있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SNS활동을 주도적으로 한 2030세대보다 5060세대의 투표율이 높았다. 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미디어리서치·TNS에 의뢰해 실시한 출구 조사를 보면 20대의 투표율이 65.2%, 30대도 72.5%였다. 40대 투표율은 78.7%였지만 50대 투표율은 무려 89.9%, 60대 투표율도 78.8%였다.
지지율을 보면 20대는 박 당선인을 33.7%, 문 후보를 65.8% 지지했고, 30대는 박 당선인 33.1%, 문 후보 66.5%, 40대는 박 당선인 44.1% 문 후보 55.6%로 젊은 층은 민주통합당 문 후보가 우세했지만 50대는 박 후보 62.5% 문 후보 37.4%, 60대 이상은 박 당선인 72.3% 문 후보 27.5%였다.
여기에 혼란을 느낀 SNS 이용자들은 정치적 성향이 다른 트친·페친(트위터 친구·페이스북 친구)들과 관계를 끊는다는 글을 올렸다. "끼리끼리 소통하는 SNS는 무용하다"는 글도 속출했다.
일부 네티즌은 5060세대에 대한 적개심도 드러냈다. 다음 아고라에는 지난 20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내년 1월24일까지 8천888명 서명이 목표였는데 26일 이미 목표치를 넘어 1만295명이 서명했다.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김주상 부원장은 "SNS를 주로 사용하는 연령층이 2030세대에 제한적인 면이 있었다"며 "SNS를 통해 유언비어나 흑색선전이 난무한다는 보도가 이어지다보니 5060세대는 기존 매스미디어를 더욱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주상 부원장은 "사용자층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SNS를 통해 투표 독려 열기가 확산돼 투표율 상승에 기여한 부분이 있었다"며 "SNS 영향력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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