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 정기수기자] 지식경제부가 자동차 튜닝 분야를 지식 서비스 산업 집중 육성 과제로 선정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튜닝 합법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튜닝 시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자동차를 만든 완성차 업체가 직접 진출해야 안전성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튜닝(Tuning)은 '조정', '조율'이란 뜻의 영어 단어로 차량을 운전자의 기호와 성향에 맞게 개조하는 것이다. 튜닝이 합법화된 서구에서는 차를 구입한 운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엔진 등 차량 기능을 개조하는 메카니즘 튜닝(Mechanism Tuning)부터 단순하게 차량 내외관을 꾸미는 드레스업튜닝(Dress-up Tuning) 등을 실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1970년대 만들어진 자동차 관리법을 고수하고 있고, '튜닝=불법'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4일 국내 튜닝시장은 현재 연간 7천억원 수준이지만 합법화할 경우 연간 3∼5조원 수준으로 성장하고, 연간 고용창출도 5∼6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튜닝은 완성차 업체인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면서 "현재 국내 출시되고 있는 양산차에 대해서는 그 차를 제작한 업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내 완성차업체도 서둘러 튜닝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택 BMW 이사도 "엔진 튜닝으로 출력을 높일 경우 안전 운행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면서 "차량 구조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제작 업체가 튜닝을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튜닝을 할 경우 양산차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점도 완성차 업체들이 튜닝 산업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라며 "손해볼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한 예로 같은 3.0 엔진을 갖고 있는 BMW의 'X5 30d'와 튜닝해 5.0 엔진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X6 M50d'의 가격은 4천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현대자동차 그랜저 HG 330(4천271만원)과 맞먹는다. 해외 유수의 완성차업체들의 경우 이 때문에 독일 벤츠는 'AMG', BMW는 'M', 폭스바겐은 'ABT' 등 고유의 튜닝 브랜드(튜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 튜닝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튜닝산업 진출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도 "무쏘 등은 튜닝에 적합한 차량으로 동호회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도 "경영정상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아직 튜닝산업 진출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업체 현대모비스가 튜닝이 필요한 부품과 엑세서리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아직 회사 차원에서 전문튜너를 만들 계획은 갖고 있지 않지만 튜닝 업체에 부품 등은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달리 폭스바겐의 'ABT'는 지난달 국내 튜닝 시장에 진입했다.
폭스바겐 'ABT' 측은 대외적으로는 "폭스바겐 차량에 한해서만 튜닝을 한다"고 발표했으나, 튜닝 합법화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정수남, 정기수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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