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구글이 검색 알고리즘을 수정할 때마다 중소사업자들의 트래픽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검색 중립성' 개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검색 중립성 주장을 펼치는 건 중소 사업자 뿐만이 아니다. AT&T를 비롯한 대형통신사업자들도 구글 검색에 대해 중립성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상품일 수밖에 없는 검색에 중립성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사업자들, 구글 알고리즘 변경 때마다 휘청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독자 투고란에 실린 글 한 편이 화제를 몰고 왔다. 문제의 글은 쇼핑 비교 사이트인 넥스태그(NexTag)의 최고경영자(CEO)가 기고한 것. 제프레이 카츠란 이 CEO는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변경 때문에 자신이 운영하는 넥스태크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넥스태그의 검색 기능이 힘을 잃으면서 가격 비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 구글이 수시로 검색 알고리즘을 수정하면서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압박한다는 게 카츠의 주장이다.
실제로 구글은 유럽연합(EU)에선 불공정 관행 문제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 검색 시장의 82%를 독식하고 있는 만큼 반독점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늘 도사리고 있는 것.
물론 구글도 할 말은 많다. 검색 알고리즘 변경은 최적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취하는 조치일 뿐이란 것이다. 이용자들에게 최적의 검색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일 뿐 경쟁자를 견제하려는 어떤 의도도 없다는 것이 구글 측의 설명이다.
그냥 필요한 결과를 보여줄 뿐인 검색을 둘러싼 공방이 왜 이리 끊이지 않는 걸까?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지만, 정보 홍수 시대엔 검색에 걸리지 않게 되면 아예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업체들도 구글이 검색 알고리즘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순위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엄청나게 큰 외생변수인 셈이다.
뉴스 사이트들에게도 검색은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매셔블을 비롯한 많은 뉴스 사이트들은 '검색엔진 최적화(SEO)'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구글 검색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기 위해서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트래픽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에선 검색이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유입량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기옴은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해주면서 구글의 의도와 상관 없이 '검색 중립성(search neutrality)'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색 중립성은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망중립성에서 따 온 말이다. 잘 아는 것처럼 망중립성은 망 사업자가 자신들의 망을 운영할 때 횡포를 부려선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개념을 검색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검색 중립성 주장의 골자다.
◆'객관적 검색 강요는 부당' 비판도 많아
검색 중립성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검색 역시 인터넷의 기간망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픈 인터넷' 원칙이 지켜지려면 검색 중립성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다.
AT&T 같은 업체들은 구글이 사실상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어떤 것이 중요한 정보인지를 결정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다 구글이 스폰서 검색 비중을 늘린 부분 역시 '검색 중립성' 원칙 도입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망중립성 원칙을 도입할 경우 가장 혜택을 보는 기업이 구글이란 점을 들어 검색 중립성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미네소타대학의 앤드류 오딜즈코(Andrew Odlyzko) 교수다.
하지만 검색중립성 개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검색중립성에 대한 몇 가지 회의론'(Some Skepticism About Search Neutrality)이란 논문을 쓴 제임스 그리마이맨은 검색은 굉장히 주관적인 행위란 점을 강조한다. 그런 관점에서 그는 검색 중립성이란 개념 자체엔 몇 가지 편견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검색결과는 늘 같아야 하며, 올바른 객관적인 검색이 있다는 잘못된 관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외부 검색에 트래픽의 절대적인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사이트들이 검색 엔진 때문에 방해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검색엔진도 뉴욕타임스처럼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검색중립성이란 개념을 둘러싼 공방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연 검색에도 통신망에 적용되는 것 같은 중립성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걸까? 겉보기엔 간단해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복잡한 질문인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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