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시원한 마음이 85%, 서운한 마음이 15%다. 끝났기 때문에 시원하기도 하지만 좀 더 준비를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엑스엘게임즈(대표 송재경)가 지난달로 대작 '아키에이지'의 4차 비공개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95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된 테스트였다.
게임업계에서 비공개 테스트는 게임이 본격적으로 서비스되기 전에 콘텐츠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을 모두 점검해 본다는 차원이 크다. 보통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짧게는 2,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엑스엘게임즈 본사에서 만난 정원연 게임운영팀장은 "이번 테스트에는 개발 단계에서 테스트를 해서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그대로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큰 목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테스트 기간이 길어서 이용자들이 (완성된 게임이 아닌) 비공개 테스트라는 사실을 몰랐던 경우도 있다. 조금 더 완성도를 제고한 상태에서 내보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덧붙였다.
95일 동안 엑스엘게임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6만여개의 게시글이 작성됐고, 이용자들이 회사에 제보한 수정사항은 1천713건이었다. 이 기간동안 기획팀과 개발팀은 41번의 업데이트를 적용했으며, 게임운영팀은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이나 게임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완성되지 않은 콘텐츠를 세 달여간 공개하는 일은 게임업계에서도 드물지만 다른 문화 산업에선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는 이름 그대로 다수의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만나 발생하는 일들이 그대로 콘텐츠가 되는 게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아키에이지'는 이런 MMORPG의 본연에 충실하고자 하는 게임이다.
"서비스 시작 전에 이용자들이 게임에 대한 신비감을 잃어버릴지 모르고, 콘텐츠를 낱낱이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번 테스트를 통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아키에이지'를 제작하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이 이용자들의 방향과 맞는지 보는게 이번 테스트의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혹시나 '아키에이지'가 이용자들이 기대한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면 콘텐츠를 숨겨뒀다가 정식 서비스 때 공개하더라도 결과는 좋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95일간의 테스트를 결정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게임운영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일"
'아키에이지'는 '울티마 온라인'·'리니지' 같은 초기 MMORPG처럼 '가상세계'에 가까운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엑스엘게임즈는 이용자들이 '아키에이지'를 어떤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원연 팀장은 "'아키에이지'가 이용자들에게 자유도가 높은 게임으로 인식이 형성돼 있는데 자유도에 대한 이용자들의 생각은 다 다르다"고 전제한 뒤 "'아키에이지'는 다양한 할 거리를 다른 사람과 협업해서 할 수 있다는 부분이 기존 게임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아키에이지'에는 갈등을 빚을 수도 있고 서로 만족을 얻을 수도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자유롭게 펼쳐져 있어요. 다른 게임들은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고 대부분 막고 못하게 하는 쪽으로 개발돼 있는 경향이 있어요. 게이머 입장에선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긴 한데 비슷비슷하기도 하죠. '아키에이지'가 제공하는 건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고 이런 것들을 활용해서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을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엑스엘게임즈와 정원연 팀장은 게임 운영철학을 '음지에서 일하되,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로 정의했다. 가장 좋은 운영방식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게임운영자(GM)을 찾을 일이 없는 것이고, 운영자가 도움을 주더라도 이용자가 이를 인식할 수 없게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 따라왔다.
완성 단계가 아닌 상태에서 시작했던 이번 테스트는 이런 철학이 구현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용자들이 요구한 수정사항이 1천753건이었고, 회사는 이 중 1천436건을 테스트 기간 동안 수정했다. 그중 23%가 콘텐츠 신규 추가, 34%가 개선·변경, 43%가 오류수정이었다. 이 중 게임 내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오류가 발생하면서 정원연 팀장이 직접 이용자들을 만나 설명하는 사건도 있었다.
"최근엔 이용자들이 게임운영자(GM)가 이벤트를 진행하는 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에 대해 익숙하기도 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요구도 많습니다.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과 이용자들의 생각이 다른 부분이죠. 비공개 테스트에서도 생각 이상으로 운영팀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많았고, 상용화가 된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MMORPG 서비스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이 부분을 잘 풀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 즐겼으면…"
'아키에이지' 속에서 이용자들은 나무를 심어서 목재를 만들고, 목재를 이용해 집과 성을 지을 수 있다. '날틀'이라는 비행도구를 이용해 하늘을 날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게임제작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즐기기도 한다. 테스트 기간 동안 이용자들은 '날틀'을 이용해 멀리 날기 대회를 열었다.
"다양한 이용자들이 들어와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겼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아키에이지'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새로운 시도의 게임, 어려운 게임으로 인식됐어요.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어려운 게임이 아니거든요. 이번 테스트에서도 MMORPG를 안해본 이용자들이 95일 내내 게임에 접속하기도 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 내에서 이것저것 해 본 이용자들이 테스트 마지막까지 게임을 즐겼어요."
'어려운 게임'에서 '즐길 거리가 많은, 쉬운 게임'으로 인식을 변환해 나가는 것, 연내 공개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의 남은 과제다.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콘텐츠인데 이용자들에겐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집을 짓고 마을을 건설하는 콘텐츠들을 이용자들에게 쉽게 잘 설명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아키에이지' 운영과 사업 양 쪽에 떨어진 숙제입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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