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지난 22일 저녁 집에서 올림픽 대표팀 최종예선 경기를 보려던 A씨는 SBS를 틀었다가 계열 스포츠 채널인 SBS ESPN으로 돌렸다.
지상파 채널인 SBS에서는 좌우 화면이 잘려 선수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설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같은 경기를 중계해주는 케이블TV 채널을 선택한 것.
A씨는 케이블TV방송사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지상파방송사에서 보내주는 신호를 그대로 송출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
A씨처럼 화면이 잘리거나 왜곡 현상이 발생해 지상파 방송을 보는 데 불편을 겪고 있는 가구가 전국 약 700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에 가입해 있으면서 아날로그TV를 보유하고 있는 세대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케이블TV방송사들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 아날로그방송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이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의 디지털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자막고지를 시행하고 나서부터다. 그 전에는 아날로그 신호를 아날로그 가입자에게 제공했다.
유료방송 가입자에 해당 자막이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방통위는 케이블TV방송사들이 디지털 방송을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 제공하도록 조치했다.
이 조치로 인해 케이블방송사들이 16:9 화면비율의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4:3 비율의 아날로그TV 가입자에게 제공하면서 왜곡된 화면이 제공되고 있다. 아날로그 대역으로 전환해 재송신하면서 압축 전송 기술상의 문제가 나타난 것.
지난 22일 올림픽 대표팀 최종예선 경기의 경우, 오만 현지에서 국내 지상파방송사들에 4:3 비율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이를 16:9 화면으로 변환해 제공했다. 일부 케이블 방송사들이 아날로그로 변환 송출하는 과정에서 화면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은 4:3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좌-우 화면을 검은 공백으로 남겨두거나, 확대해 화면을 채우는 식으로 재송신 방식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우 공백을 남길 경우 화면이 축소되고, 비율을 확대할 때는 좌우로 잘린 화면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향후 디지털TV 보급률이 높아지고 유료방송의 디지털전환이 이뤄지면 점차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입장이다. 방통위가 관련 민원을 잠정 집계했더니 일부에 불과하다고도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어느 나라나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유료방송에 나타나는 문제"라면서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가 디지털 TV를 사기만 하면 지상파 HD를 볼 수 있는 환경이고 디지털TV 가격이 낮아지고 있어 점차적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미국, 일본에서 유료방송의 디지털방송 전환 송출은 극단적인 조치로, 보통 디지털 전환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시행하며 우리나라처럼 1년 전부터 하지 않았다"며 "방통위가 비용을 많이 투입하지 않고 디지털전환 성과를 내려다보니 유료방송 가입자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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