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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행복]뼛속까지 청산 못한 친일…그리고 비극


정운현 <친일파는 살아있다>

[정종오기자]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 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직접 건넨 말이라고 한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대사관 외교 문건에 기록된 글이다.

2011년 7월.

KBS는 2회에 걸쳐 백선엽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백선엽의 간도특설대(1943년 2월에 만주 간도성 명월구에 있던 항일무장 독립 세력을 탄압하던 특설대) 근무 등 친일 행적은 눈 감은 채 그의 한국전쟁 당시의 활약상 만을 집중 부각시켰다.

◆"대한민국은 친일공화국이다"

정운현의 <친일파는 살아있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으로 백선엽의 특집 방송을 그 이유로 들었다. 독립 세력을 탄압하던 자가 버젓이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였다.

현직 대통령을 두고 그의 친형이 '뼛속까지 친미와 친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대한민국.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대한민국은 친일공화국이다."라고 정의해 버린다.

"친일파 연구가 임종국의 조사에 따르면, 제1공화국은 각료의 34.5%, 제2공화국은 각료의 60%가 친일 전력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친일 전력자로서는 박정희‧최규하, 총리 가운데는 장면을 비롯해 백두진, 정일권, 진의종, 김정렬 등이 있으며 각료급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을 친일공화국'이라고 정의 내려도 지나친 말은 아닌 듯 하다. 책에서는 1,2,3공화국에서 각료로 재직했던 친일 전력자들의 구체적 이름까지 나온다. 행정부 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는 물론, 언론, 교육, 경제계까지 친일 전력자들이 활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해방이 되면서 대한민국은 왜 친일에 대한 청산을 '뼛속까지' 하지 못했던 것일까. 다시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본다.

"반민특위가 당초 조사 대상자로 삼았던 반민 피의자 수는 대략 7천여 명에 달했다. 입법의원에서 대상자를 최대 20만 명까지 추산했던 수치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미군정 3년을 거치면서 친일파 청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소 줄어든 데다 이승만 정권 출범 후 친일파들이 다시 권력의 전면에 재등장한 탓도 있다."

◆"우리는 부끄럽고, 그들은 부럽다"

작가는 우리의 친일 청산의 부끄러운 행태를 꼬집었다. 나아가 다른 나라의 경우 어떻게 역사의 질곡을 헤쳐 나갔는지를 살피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친일 청산 방법과 나치 청산의 모범이 된 프랑스의 경우를 짚었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해방이 되고 친일파에 대한 완벽한 청산을 하지 못한 우리는 부끄럽고, 역사의 잘못과 질곡을 강력하고 정의롭게 청산하고 새 역사를 맞이한 다른 나라들은 부럽다."고 밝혔다.

책의 제목에서부터 작가의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친일파는 살아있다>는 표지 제목에서 시작해 소제목도 작가의 날선 비판적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

제1장 <민족반역의 길로 들어서다>, 제2장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제3장 <뼛속까지 친일파로 살다>, 제4장 <대한민국은 친일공화국이다>, 제5장 <친일파는 살아있다>, 제6장 <친일 청산, 역사의 숙명이다>, 제7장 <친일 청산, 기록하는 자와 변명하는 자>, 제8장 <우리는 부끄럽고, 그들은 부럽다>로 구성돼 있다.

어느 나라든 굴곡과 치욕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민족을 배반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를 버렸다면 그것은 단죄받아야 하는 큰 죄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버렸는데도 불구하고 해방이 되면서 다시 권력과 금력을 거머쥘 수 있었던 역사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어떤 후보는 일본의 자위대 창립 행사에 참가하고서도"“그런 행사인 줄 몰랐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이런 변명이 아직도 받아들여지고, 여전히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되는 한국 사회! 친일의 완벽한 청산이 없었던 우리나라의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역사는 짧은 기간 동안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이 펼쳐졌던 역사였다. 6.25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나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미국과 소련의 양강이 남북한을 점령하면서 극심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 청산이라는 민족적 숙명은 뒤로 물러나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치달았다. 친일파들이 자본주의에 곧바로 편승해 미군정과 손을 잡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생존 법칙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이데올로기는 성숙된 이념이 아니라 '체험적 이데올로기'였다는 것도 비극중 하나였다.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서로 척결의 대상이었다. 전쟁을 직접 겪은 '경험론자'들 앞에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논쟁은 "네가 전쟁을 경험해 봤어?"라는 이 말 한마디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6.25 전쟁 경험의 아픔을 "사람 나고 이데올로기가 난 게 아니라, 이데올로기 나고 사람 난 세상은 그렇게 끔찍했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역사는 계속 흘러가고 있다. 과연 언제쯤 이 친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청산되지 못하는 부끄러운 역사가 돼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는 '제대로 된 분노'를 표출하는 공간이다. <친일파는 살아있다>는 책은 이 시대 '역사에 대한 분노'가 시들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깨우쳐 준다.

장르: 사회/정치/법률

저자: 정운현

출판사: 책으로보는세상

가격: 1만원

◆이 주의 추천 전자책

<환율의 역습>

장르: 경제/경영

저자: 조재성

출판사: 원앤원북스

가격: 9천원

외환시장에 웬만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숏커버, 롱스탑, 역외, 정부개입 등의 진부한 용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이코노미스트인 저자는 진부하고 빈곤한 주제들을 탈피해 외환시장의 더욱 다양하고 숨어 있는 스토리를 보여줘, 독자들이 환율과 외환시장에 내포된 여러 가지 의미를 좀더 잘 발견하고 이해함으로써 금융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올리고자 했다.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

장르: 자기계발

저자: 이남훈

출판사: 팬덤북스

가격: 4천원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겉모습이나 CEO 리더십에 대한 '뻔한 탐구'가 아니라, 애플을 만든 그의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핵심적 키워드를 인문학에서 찾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늘 자신이 기술과 인문학의 중간에 있었으며, "애플의 DNA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그는 대학을 중퇴하기는 했지만, 철학을 전공한 철학도답게 "소크라테스와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내놓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인문학에 자신과 애플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장르: 인문

저자: 이혁규

출판사: 우리교육

가격: 6천500원

열한 개의 수업 장면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냉철한 수업 비평. 수업에 대한 나눔의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 교육을 변화시키는 대안으로서 '수업 비평'을 제안한다. 교실 문을 열고 서로의 수업을 공유함으로써 수업 실천을 개선하고 학교 현장을 좀 더 풍성하게 가꿔 가자는 것.

<물고기 여인숙-어느 섬 여행자의 표류기>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이용한

출판사: 링거스그룹

가격: 5천920원

이용한 시인은 <물고기 여인숙>을 통해 숨겨진 섬의 비경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뭍에서 진즉에 사라진 섬만의 고유한 문화와 삶의 유산들을 이야기한다. 처음에 저자는 자꾸만 사라져 더욱 안타깝고 소중한 우리나라 섬 문화를 기록하고자 이 섬 저 섬 떠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섬을 여행하면 할수록 기록에 대한 강박은 헐겁고 느린 방랑으로 바뀌게 되었다.

<바보가 바보들에게-우리시대의 성자 김수환 추기경, 우리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잠언들>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알퐁소

출판사: 산호와진주

가격: 4천900원

'거룩한 바보 김수환 추기경'이 '겉으론 잘난 척 하지만 외로운 바보들', '매일매일 정신없이 달리고 있지만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미련한 바보들'인 우리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채워져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평생을 통해 들려준 사랑과 나눔, 지혜와 깨달음, 삶과 신앙, 신뢰와 화합에 대한 메시지는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 그리고 용기를 전해 줄 것이다.

<디테일 경영-낭비를 이익으로 변화시키는>

장르: 경제/경영

저자: 왕중추

출판사: 라이온북스

가격: 7천800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저성장, 저수익, 초경쟁 시대다. 경쟁이 치열해 기업 수익률은 떨어지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살얼음판을 걸어가 듯 위태롭다. 자칫 하루 아침에 '사망'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은 "삼성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매출을 끌어 올려도 벌어들이는 이익은 제자리인 지금, 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레퀴엠-죽은 자를 위한 미사>

장르: 인문

저자: 진중권

출판사: 휴머니스트

가격: 5천600원

전쟁은 분명히 인간이 일으키는 것이나, 마치 어떤 자연의 필연성을 갖고 있어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해처럼 다가와 수많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 압도적 무력감 앞에 인간은 당연히 종교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 책은 '전쟁의 미학'을 다루면서 그 형식을 종교 음악에서 빌렸다.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모델로, 전쟁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과 각각의 장에 그 글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실었다.

<안철수의 착한 성공-함께 가는 길이라 세상은 더욱 즐겁다>

장르: 자기계발

저자: 최효찬

출판사: 비전B&P

가격: 6천900원

안철수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그의 모습을 15개의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 정직한 성공, 공정하면서도 치열한 경쟁, 평생 학습, 독서와 메모 습관, 부모와의 관계, 몰입의 시간, 현재에 대한 승부수, 기초 다지기, 원칙 중시, 협력, 실행력, 소통, 한계 극복 등 안철수식 성공의 법칙을 '착하게 욕망하고 결국 남도 이롭게 하는 착한 성공'이라고 정의하며 이에 대해 심도 깊게 분석했다. 안철수의 성장 과정과 그가 영향을 받은 인물과 책, 관련 일화 등을 소개하며 '가장 닮고 싶은 인물' 1위로 선정된 그 배경을 정리했다.

<엄마보다 친절한 요리책-초보주부 생존요리 비법 A to Z>

장르: 가정/생활/미용

저자: 김영빈

출판사: 예담

가격: 9천800원

'친정 엄마보다 더 친절한 요리선생님'으로 유명한 저자 김영빈이 요리초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매일 먹는 밥, 국, 반찬부터 건강보양식, 일품요리까지 손쉽고 맛있으면서 영양 가득한 117가지 요리 레시피와 건강하고 올바른 요리습관에 대한 매뉴얼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저자의 다양한 현장 강의 경험을 토대로 요리초보자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와 어려워하는 사항들을 Q&A, Tip, 정보 코너를 활용해 빠짐없이 꼼꼼하게 체크해준다.

이 주의 추천 전자책은 반디앤루니스(www.bandinlunis.co.kr)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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