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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IPv6 전환 준비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 사용되는 인터넷 주소가 고갈되기 직전이다. 따라서 새로운 인터넷 주소 체계로 전환하는 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이 문제를 '발등에 떨어진 불'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준비가 부족한 게 현실이기도 하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정부와 통신업계는 수년전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오고 있으나 일반 기업은 아직까지 활발하게 대응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인터넷주소 할당 국제기관인 IANA(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가 현재의 주소 체계인 IPv4(Internet Protocol version 4)의 주소를 제한적으로 공급키로 함에 따라 새로운 주소체계인 IPv6로의 전환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Pv4 주소 과연 얼마나 부족한가

인터넷 주소는 사람이 작성할 때는 'www.facebook.com'처럼 쓴다. 그러나 컴퓨터는 이를 '66.220.149.32' 숫자로 인식한다. 이러한 숫자 주소 체계가 IPv4다. IPv4는 '0.0.0.0.∼255.255.255.255' 까지의 숫자조합으로 구성된 32비트 주소체계다. 이를 이용하면 총 43억개의 주소를 만들 수 있다. 이 숫자 체계가 도입된 것은 1970년대며, 당시만 해도 인터넷 접속자가 극히 적기 때문에 이는 무한에 가까운 숫자였었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거의 대부분의 기기가 주소를 갖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06년 이용 가능한 주소 숫자가 10억개로 줄더니 2010년 12월 기준으로 1억1천700만개 밖에 안남았다. 중국 인구의 10분의 1이 새로 스마트폰을 구매하기에도 모자란 숫자다. 이때부터는 새로운 기기 사용자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하다.

이런 상황이 예측되기 때문에 이미 10여년 전에 IPv4에 비해 주소 숫자를 거의 무한대로 확대한 IPv6가 개발됐다. IPv6는 128비트 주소 체계여서 생성할 수 있는 주소가 거의 무한대로 보면 된다. 또 시스코시스템즈 같은 인터넷 장비회사는 관련 제품을 이미 내놓고 있다.

그러나 IPv6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비중은 현재 0.25% 이하다.

◆미국에서는 IPv6 전환 어떻게 준비하나

미국의 통신 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는 수년전부터 IPv6로의 전환을 비교적 잘 준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 기업의 경우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국은 지난해 정부 기관이 구매하는 모든 새 인터넷 장비에 대해 IPv6와의 호환기능을 필수로 하고 있다. 또 연방정부는 각 정부 기관에 웹사이트와 장비를 IPv6에 호환되도록 업그레이드할 것을 지시했다.

AT&T 데일 맥헨리 부사장은 이에 대해 "수년전부터 IPv6 전환을 위해 수억달러를 써왔다"며 "정기적으로 새 장비를 구매할 때에도 IPv6와의 호환 문제를 반드시 체크하고 있다"고 준비상황을 설명했다.

버라이즌의 크리스 네이싱어 기술이사는 "앞으로 버라이즌 4G 망에서 운용되는 모든 단말기에는 IPv6 주소가 하나씩 할당된다"며 "당장은 이들 단말기가 IPv4에서 돌아가기는 하지만, 제조업체에 대한 우리의 단말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는 IPv6와의 호환"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3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IPv6로 전환할 준비를 해오고 있다. 이들 업그레이드 장비는 IPv6와 IPv4를 동시에 지원한다. 페이스북은 특히 지난해 여름 IPv6용 사이트를 오픈하기도 했다. 'www.v6.facebook.com'이란 도메인의 이 사이트는 손으로 직접 입력해야 하며 IPv6 주소를 가진 사람만 볼 수 있다.

페이스북 구글 야후 등은 지난해 6월 하룻동안 IPv6로 전환하는 실험을 한 바 있으며 그 결과를 지난달에 발표했었다. '세계 IPv6의 날'로 이름붙여진 이 행사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페이스북의 조난단 헬링거 기술부문 부사장은 "IPv6로 전화해야 하는 게 분명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누구도 이를 제대로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정부와 일부 선진적인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 문제가 '닭과 달걀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아직 IPv6로 접속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IPv6로 전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웹사이트가 IPv6를 지원해야만 새로 IPv6를 사용하는 기기들의 인터넷 접속이 더 활발해지는 모순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IPv4 인터넷 주소의 고갈이 예고가 아닌 현실이 된만큼 웹 사이트에 더 많은 방문자를 불러들여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IPv6로의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수년간 시스코 같은 인터넷 장비 업체에게는 이 시장이 새로운 노다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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