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시장의 2010년 키워드는 단연 '대형화'였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것은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이었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800리터 이상급 초대형 제품을 선보이며 냉장고의 덩치를 키웠다. 올 한해 싱글가전을 주 타깃으로 잡았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역시 750리터급 제품을 출시하면서 대형화 추세에 가세했다.
◆800리터급 초대형 냉장고 속속 등장
LG전자는 지난 3월 801리터급 디오스 냉장고를 출시했다. 냉동 301리터, 냉장 500리터로 당시에는 국내 최대 용량이었다.
이 제품은 750리터급 냉장고와 높이 및 폭이 동일해 기존 냉장고 설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 '진공 밀폐 야채실' 용량도 기존 제품보다 10리터 커진 33리터를 확보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800리터급 제품의 도입기로 볼 수 있다"며 "초대형 냉장고는 올해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지만 내년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대표 최지성)는 9월 '삼성 지펠 그랑데 스타일 840'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랑데 스타일 840은 기존 735리터 냉장고와 비교해 높이가 3.4cm 줄어드는 등 외관은 작아졌지만 용량은 841리터로 100리터 이상 늘어났다. 소비전력은 735리터급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37.9KWh를 구현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홍창완 부사장은 "제품 개발에만 약 200억원을 투자했고 개발 과정에서 65건의 핵심 특허를 확보했다"며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할 기술을 집약한 명품 양문형 냉장고"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냉장고 분야 1년 매출은 약 4조원, 판매대수는 약 1억 1천만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전세계 냉장고 시장에서 약 1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한편 '삼성 지펠 그랑데 스타일 840'은 출시 두달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프리미엄 국내 냉장고 라인업 최고 판매 속도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대우일렉의 올해 제품들은 751리터급이 최대 용량이다. LG나 삼성의 800리터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500-600리터급 제품들에 집중하던 작년에 비하면 대형 가전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양세다.
대우일렉의 제품들은 냉동실은 278리터, 냉장실은 473리터를 사용하며, 포켓부 3단 밀폐 시스템이 적용됐다. 약품 또는 화장품 보관이 용이한 아이디어 밀폐실과 대용량 음료를 보관할 수 있는 자이언트 더블 포켓, 습도조절 커버가 채용된 수분촉촉 야채실 등 아이디어 공간이 채용된 점이 특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식품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생활방식이 점차 늘고 있다"며 "기술의 발달로 소비전력은 오히려 줄어 들어 대형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800리터급 이상의 초대형 제품보다는 750리터급에서 인조가죽, 우드시트, 글라스 도어 등 감성을 자극하는 신소재로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냉장고 위협하는 400리터급 김치냉장고
김치냉장고도 양문형 제품이 등장하며 400리터의 벽을 넘었다. 2001년에 업계 최초로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선보였던 LG전자는 올해 8월 4도어 타입의 2011년형 'LG 디오스 김치냉장고 쿼드'를 출시했다. 405리터 용량으로 단일제품으로는 최대 용량이다.
이 제품은 공간이 넓어 일반 냉장고처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품의 위쪽은 기존의 냉장고처럼 양문형 도어가 설치됐다. 윗부분 오른쪽 칸에는 '매직도어'가 적용돼 자주 꺼내 쓰는 식품을 보관할 수 있다. 2개의 서랍이 달려있는 아랫부부은 김치 보관뿐 아니라 냉장·냉동식품의 보관이 가능하다.
LG전자는 "가정용 가전 제품의 대형화 트렌드에 따라 이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기존 김치냉장고보다 더 많은 양의 냉장·냉동식품 보관이 가능해 '세컨드 냉장고'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 선두업체인 위니아만도(대표 민원식)는 올해 기존 305리터급 외에 355리터 모델을 새롭게 출시해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300리터 초반급이 주력이었는데 올해 355리터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가전제품의 대형화가 확실히 트렌드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올해 들어 대형 냉장고를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상반기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80% 이상이 600리터급 제품이 판매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0명 가운데 9명꼴로 700리터 이상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크기는 똑같은데 부피는 더욱 늘어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대형 냉장고를 선호하는 추세다"라며 "내년에도 대형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비전력을 절감하는 업계의 친환경 노력도 지속될 전망이다. 기획재정위는 지난 2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계류했다. 이 개정안에는 에너지 다소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방안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따라 냉장고의 경우 600리터급 이상 모델 가운데 월간 소비전력량이 40kWh가 넘는 제품에는 개별소비세 5%(교육세 포함시6.5%)가 계속 부과될 예정이다.
때문에 현재 삼성, LG 등 가전업체들은 모두 대형 냉장고의 소비전력량을 40kWh 이하로 낮추는 등 부피는 늘리되 전기는 적게 소비하는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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