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마치고 7일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여름 구상'에 담겨 있을 개각의 폭과, 누가 입각하게 될지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로 인해 '정치 휴지기'이지만 여권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설만 무성할 뿐, 개각 윤곽은 안개 속이다. 그간 거론되던 친박계 김무성, 최경환 의원과 친이계 일부 의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 뿐이고 다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
일단 중폭 이상의 개각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안상수 원내대표가 최근 3,4명을 입각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고, 장광근 사무총장도 "최소한 소폭은 아닐 것"이라고 개각을 전망하는 등 정치인 입각에 군불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 인사 입각설 '솔솔'…관건은 '박근혜'
개각이 임박해 오자 한나라당은 정치인 입각을 주문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적어도 의원 3∼4명을 입각시켜 정무적 판단을 보완하고, 민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치인 입각을 주장했다.
이어 장광근 사무총장도 군불을 지폈다. 장 총장은 "변화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최소한 소폭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당청 소통, 국민 소통 강화를 위해 당쪽 인사도 많이 기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이 주류측이 '정치인 입각'을 적극적인 주문을 하고 나선 것은 예사롭지 않다. 한편으로 이는 돌아가는 기류가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인 입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무튼, 지금까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의원은 줄잡아 10여명에 달한다. 친이·친박 진영을 망라하고 있다. 일각에서 아예 20여명을 청와대에 제안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개각에선 친박계 인사들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입각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친박진영에서는 김무성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무게있게 거론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당 화합 차원에서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제기됐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최경환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 의원과 최 의원은 각각 정무장관, 지식경제부장관 후보 등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은 작년 개각 때도 정무장관 직을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최경환 의원은 친박이면서도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입장으로서도 집권 중반기에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당 화합 차원에서 친박 입각을 무시만 할 수 없는 처지다.
친박 인사의 입각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변수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선택받은 분이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친박 대표로 가는 것도 아니고 상의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사실상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친박계 인사가 입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친박 대표성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때문에 친박계 입각이 당 화합의 최소한의 조치일뿐 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돌파구 찾지 못한 이재오, 입각하나…박희태 거취 주목
이번 개각에 또 하나의 관심사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입각 여부다.
그간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친이재오계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해 이 전 최고위원의 정계복귀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그러나 9월 조기 전대와 10월 재보선 은평을 등이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입각 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계 복귀를 위한 정치적 수들이 무산되면서 이 전 최고위원으로서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고, 입각을 통한 우회적 정계 복귀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인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입각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현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도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더라도 박희태 대표 거취에 따라 조기 전대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표는 10월 재보선에서 경남 양산 출마를 굳혔고, 조만간 이 대통령과 정례회동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 대표가 공천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지만 10월 재보선에서 대표직을 걸고 나갈지, 아니면 떼고 나갈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는 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재보선에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이계에서는 당 대표직을 내걸고 나가게 되면 현 정부와 여당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대표직 사퇴 여부와 함께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9월 전대는 무산되더라도 10월 재보선 이후 아니면 내년초 전대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친이와 친박간 계산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만일 박 대표가 친이계 요구대로 대표직을 조만간 내놓고 출마하게 될 경우 이 전 최고위원으로서는 나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돼 굳이 입각 쪽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게 된다.
친이 주류로부터 당 공천을 받아야 하는 데다 10월 재보선에서 친박 진영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등 친이-친박 양쪽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 박 대표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박 대표가 친이-친박 양측이 모두가 수용 가능한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박 대표의 거취에 따라 이 전 최고위원의 행보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박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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