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이 화합을 선택했다. 한나라당이 23일 서울시당위원장에 '화합'을 키워드로 내세운 중립성향의 권영세 의원을 선출했다.
이날 전여옥 의원과 2파전으로 치러진 이번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에서 권 의원은 1천62표를 획득했고 802표를 얻은 전 의원을 257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번 경선 결과는 당 화합의 필요성이 재확인 되는 동시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내 바닥민심도 확인하는 계기가 돼, 앞으로 이 전 최고위원의 활동 반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은 애초부터 계파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과열되기 시작했다. 당초 서울시당위원장에 홍준표 원내대표와 정두언·진영·이종구 의원을 비롯해 권 의원도 물망에 올랐고, 권 의원으로의 합의추대가 굳혀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 의원의 돌연 출마로 '권영세-전여옥'간 2파전으로 경선이 치러지게 됐다. 전 의원의 갑작스런 출마 배경을 놓고 여려 관측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 중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몽준 최고위원간 연대설이 설득력 있게 거론되기도 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이 내년도 지방선거 공천권과 전당대회의 중요 요충지인 만큼 '이재오-정몽준'간 연대의 결실이 전 의원이라는 것.
당초 권 의원은 열세였다. '이재오-정몽준'을 비롯해 친이·친이재오계가 전 의원을 물밑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과 정 전 최고위원간 연합 전선을 뚫기는 어려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수도권에 포진돼 있는 친이재오계가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권 의원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권영세-전여옥'간 대결이 '이재오 vs 反이재오' 대결로 비화되자 분위기는 금세 권 의원쪽에 쏠렸다.
권 의원이 출마의 변을 통해 "이번 싸움은 '권영세-전여옥'의 싸움이 아닌 분열주의 상징인 한 사람과의 싸움"이라며 "지난 18대 총선 공천과정을 난도질한 것이 부족해 다시 이번 지방선거 공천마저 전횡하려는 세력과의 싸움"이라고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이 전 최고위원의 지원설과 정 최고위원과의 연대설이 제기되면서 경선은 '이재오 vs 反이재오'대결로 고착화 됐다. 이 과정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권 의원과 전 의원 사이에서 물밑 합의추대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당내 서울지역 중립·소장파 및 온건적 성향의 친이계·친박계 등이 권 의원으로 결집하기 시작했고, 경선을 코앞에 두고 48곳 원내외 당협위원장 절반 가량이 권 의원에 지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으로 세가 결집하면서 '권영세-전여옥'간 박빙으로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권 의원과 전 의원 사이에서 물밑 합의추대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경선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바닥 민심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적 입지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 등의 지원으로 48곳 중 전반 이상의 서울 당협위원장과 구청장, 시·구 의원 등을 확보, 권 의원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16.1%로 권 의원이 앞선 것은 대의원 즉 '바닥 민심'이 돌아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날 기자와 만나 한 의원은 경선 결과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거부감이 당원들 사이에서 남아있다는 반증"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경선으로 다소 상처를 입지 않겠는가"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의원도 "당원들이 아직까지는 이 전 최고위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이번 경선에 이 전 최고위원이 개입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조기 전당대회 전초전 성격이라는 게 당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때문에 이날 권 의원의 당선으로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측의 동력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 의원은 당선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조기 전대론과 관련해 "(조기전대론이)위축될지 살아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9월 전대론을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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