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입법전쟁 후폭풍이 예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항목문서에 서명했다'며 홍준표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겨냥,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당내 그룹은 '친이(친 이명박)'계다. 이 중에서도 '친이재오계'가 가장 강경하다. 이로인해 2월 임시국회에서의 여야간 2차 입법전쟁을 앞두고 당내 극심한 내홍의 수순을 밟는 듯 했다.
그러나 원내지도부 사퇴론은 당 지도부를 비롯해 친이직계, 친박계 등이 홍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면서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분위기다.
오히려 강공수를 던진 '친이재오'계가 스스로 고립되고 있는 형국이어서, 일각에서는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재오 전 의원이 오는 3월경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의원의 정치적 입지만 축소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지도부·친이직계·친박계 '전장 중에 장수 왜 바꿔'한 목소리…親이재오계 '고립'
친이재오계의 원내지도부 사퇴 요구에 당 지도부와 친이직계, 친박계 모두 홍준표 원내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격돌이 예정돼 있는 만큼 홍 원내대표가 마무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
더욱이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원내지도부 교체'로 인한 당내 전력 손실 뿐 아니라 야당의 역공, 국민적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종합적인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향해 중인 선장을 뛰어내리라고 할 수 없다"며 "최종승리 목표는 2월 국회로, 지금 할 일은 경제살리기법들을 꼭 통과시키도록 홍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원내지도부 사퇴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사퇴론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장이 무능하면 집안이 망한다는데, 한나라당이 나라의 가장으로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된다"며 "지난 일에 왈가왈부하지 말라. 사퇴나 문책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뿐 아니라 친이직계측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국포럼 출신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내지도부가)2월 국회까지는 책임있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홍 원내대표가)본인의 거취는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길게 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 상황에서 당이 여러 가지 부족한 점만 부각되고 있는 모습에 국민들이 더 실망하고 있다. 책임공방을 벌이다 보면 상상을 초월한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때야 말로 자숙해야 할 계가로 삼아야 할 한다"고 충고했다.
친박계도 마찬가지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홍 원내대표가)전쟁을 마무리 하는 것 아니냐"면서 친이재오계를 겨냥해 "당의 분위기를 추동하지도 못하는 숫자로 시도 때도 없이 홍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또 그는 "만약 이재오 전 의원 (귀국과)연결돼 있다면 오히려 이 전 의원이 더 안될 것"이라며 이 전 의원이 정치적 입지만 좁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친이재오계는)지혜롭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당 지도부 등이 대부분이 홍 원내대표를 옹호하고 있지만 협상력 미흡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작된 야당과의 입법전쟁을 홍 원내대표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처럼 원내지도부 사퇴라는 강공수를 꺼내든 친이재오계가 이로인해 당내 고립과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로선 원내지도부 사퇴론에 동조하고 있는 세력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데다, 홍 원내대표 옹호론이 확산되면서 '사퇴론'을 꺼내든 '친이재오'계가 당내 분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
특히 이재오 전 의원이 3월경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이재오계의 강경 목소리가 이 전 의원의 당내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 친이재오계의 강공수가 오히려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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