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1월1일을 기해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 국회 교섭단체인 '선진과창조의모임' 선장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로 바뀌었다. 양당이 매년 교섭단체 대표를 나눠 맡기로 협약을 맺어서이다.
지난해 8월 '선진과창조의모임' 구성 이후 구랍 31일까지는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대표를 맡아왔으나 문 대표의 교체로 원내전략의 방향 선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은 이른바 '원조 보수'로 일컬어지는 반면 창조한국당은 진보성향이다. 때문에 교섭단체간 전략이 보수로 쏠려왔다. 하지만 창조한국당이 교섭단체 대표를 맡는 내년부터는 상황이 변하게 됐다.
특히 미묘한 시점에서의 교체로 정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른바 'MB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여야 협상도중 협상대상자가 교체되는 것.그간 'MB법안' 처리 문제로 여야의 대화 단절 속에서도 권 원내대표가 물밑 접촉과 조율 등 분주하게 여야간 중재를 시도해왔다는 점에서 문 대표로의 교체가 여야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개월 간 보수를 표방하는 선진당이 이끌어왔던 '선진과창조의모임'이 내년부터 진보 성향의 한국당 문 대표가 주도권을 잡게 됨으로써 오는 이질적 정치 이념속에서 완벽히 장악할 수 있을지 관심의 대상이다.
또한 원내 3석의 정당이 21석의 교섭단체를 무난히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기축년 새해 '선진과창조의모임' 대표를 통해 문 대표는 정치력 심판대에 올른 모습이다.
◆2기 맞은 '선진과창조의모임' 정치이념 논란 이어질까?
지난해 8월 '선진과창조의모임'은 출범부터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서로 '정통보수'(선진당)와 '창조적진보'(한국당)를 주창하던 정당이 어떻게 공조가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주였다.
'이념과 정체성을 무시한 야합'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과 함께 '불안한 공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수많은 의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실제 결성 초기 내부 불협화음으로 심심찮게 들리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교섭단체 구성시 양당은 ▲대운하 저지 ▲검역주권 및 국민건강 수호 ▲중소기업 육성 ▲고품질의 공교육 추진 대해 정책적 공조를 하겠다며 합의문을 서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초반부터 정반대 논평이 흘러나오더니 심지어는 정책연대 대상을 놓고도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기도 했다.
때문에 '선진과창조의모임' 2기 출범으로 또다시 '정체성'이 논란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간 보수성향인 선진당이 '선진과창조의모임'의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왔던 터라 한국당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됐었다.
문 대표는 구랍 19일 공동교섭단체 운영 성과와 관련해 "우리 입장이 반영되기는 했지만 흡족한 것은 아니다"면서 "대운하 예산 반대, 대북 유엔특사 등에 대해선 쉽게 합의했지만 북미수교 등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며 내심 그간 불편해 했던 심경을 피력했다.
한국당내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선진당과)무난한 공조를 해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의 목소리와 우리의 생각이 대변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는 앞으로 한국당의 목소리를 더욱 내겠다는 의도로도 받아들여져, '선진과창조의모임' 대표 교체로 한차례 내부 불협화음은 불가피해 보인다.
◆3석·초선 한국당-18석·중진급 선진당, 문 대표 교섭단체 주도권 잡을까
더욱이 3석의 한국당이 18석의 선진당과 함께 '선진과창조의모임을' 무난히 이끌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즉 문 대표가 공동 교섭단체 주도권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
선진당 입장에선 교섭단체 협상에 참여하지 못해 입지 위축이 불가피한 데다 한국당과 정체성이 달라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 더욱이 3석의 한국당이 제3의 교섭단체로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할지 의구심도 없지 않다.
일단 선진당에 비해 의원수도 적은 데다 초선으로 구성돼 있는 한국당은 이회창 총재 등 중진급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선진당에 비해 정치적 입지는 현저히 낮다. 게다가 이 총재의 정치적 무게감 또한 상당하다.
이는 문 대표가 '선진과창조의모임'의 대표를 맡더라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물론 양당이 교섭단체 구성을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3석의 한국당이 18석을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교섭단체 대표 자리는 결국 문 대표의 정치력을 제대로 시험하는 시험대"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표의 법적 문제도 교섭단체 대표 역할 수행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6억원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법원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을 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일 "죄질이 나쁜 공천 헌금으로 재판중인 문 대표와 협상테이블에 앉기는 어렵다"며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문 대표가 국회 운영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정당이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내심 기대감을 표심하고 있다. 한국당이 민주당과 민노당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 '정치 시험대' 올라…'여야 중립이냐, 편들기냐' 기로
문 대표가 '선진과창조의모임' 대표를 맡자마자 정치력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말까지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대치한 여야가 구랍 31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대표 회담으로 협상을 물꼬를 트면서 2일 오후 최종으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협상을 앞두고 있다.
그간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3당 원내대표 협상에 나섰지만 이날부터 문 대표가 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 특히 이날 여야가 최종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어서 문 대표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판이한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적지 않은 우려의 시선이 나타나고 있다.
보수성향의 선진당이 뒤로 빠지고 진보성향의 문 대표가 나서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협상이 민주당측에 쏠릴 가능성이 높아 자칫 협상 자체가 무산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그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선진당이 협상대상자로 나선 만큼 이번 임시국회(9일)까지는 권 원내대표가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2일 "이미 문 대표와 합의한 만큼 오늘 여야 협상에도 문 대표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문 대표가 국회 운영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어서 당장 여야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섭단체 대표는 국회 운영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이 큰 자리로 특히나 3석의 창조한국당이 제3의 교섭단체로써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중재 역할을 해야한다. 또 고도의 정치력도 필요로 한다.
이렇듯 교섭단체 대표라는 정치력 시험대에 오른 문 대표가 앞으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어떤 묘수를 낼 지 관심이 집중된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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