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먼저 이메일 광고 사업을 시작해 굴지의 e메시징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한 에이메일(www.amail.co.kr)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에이메일 백동훈 대표(사진)는 "별로 할 말이 없는데 왜 왔나"라고 기자를 맞았지만 서비스, 경영 철학 등 여러 지난 이야기를 하느라 인터뷰 시간은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겼다.
백 대표는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이메일 마케팅을 1998년부터 시작한 이 분야의 선구자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 사업을 10년이나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당시는 인터넷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했고 3년 정도 버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벤처 거품이 꺼지고 경기 침체가 번진 2002~2003년을 백 대표는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설상가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스팸메일 때문에 에이메일의 주력 업종이었던 이메일 광고 마케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초창기 67%나 매출을 차지하던 이 사업이 6%대로 곤두박질쳤다.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백 대표는 2002년에 메일 마케팅 사업을 정리하고 비주력 사업이던 솔루션을 주력으로 전환했다. 그때까지 이메일이 광고성으로만 활용됐다면 시간이 지나면 업무용 시스템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사 안팎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 본업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그는 돌아봤다.
그는 이후 'eMS', '포스트맨' 등 이메일, SMS(문자메시지) 발송 솔루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낸다. eMS는 현재 248개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와,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금융기관의 3분의 2, 그리고 G마켓, 옥션 등 유명 전자상거래업체등 600여개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포스트맨은 매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이메일과 SMS 발송에 필요한 수천만원대의 소프트웨어와 서버를 중소 업체가 운영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메일과 SMS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업체는 대부분 중소 자영업자들이다. 이분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것이 적중했다."
2004년에 선보인 포스트맨은 '1원짜리 이메일'로 유명하다. 백 대표는 "1원보다 더 낮은 화폐단위가 있었다면 그걸로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웹기반 소프트웨어서비스(SaaS) 비즈니스 모델의 단 한가지 존재이유는 가격의 저렴함이다. 가격을 정해 놓고 거꾸로 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맞추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백 대표가 가장 무게를 두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IT는 기술이 아닌 사람이 재산이다. 저임금으로 수익을 창출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에이메일은 이러한 백 대표의 철학이 그대로 투영된 철저한 직원 교육 시스템을 자랑한다. 직원들은 집체교육, 일반 관리자 교육, 주제별 온라인 교육 등 세 종류의 교육을 받아 소정의 '연간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 중 이색적인 것은 '글쓰기' 평가다. 직원들이 1년에 두 차례 에세이를 제출하고 에세이 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다. 간단하게 '첨삭지도'까지 거친다. 에세이는 책으로 묶여 모든 직원이 돌려본다. 거의 '직장 논술 몰입교육' 수준이다.
백 대표는 "우리가 에세이 평가를 도입하고 1년 뒤 뉴욕타임스에 '에세이가 중요하다'고 뜨더라"며 "요새 보고서를 받아 보면 문장이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직접 꼼꼼히 읽어보는데 두 세번 (에세이를) 쓰면 굉장히 좋아진다"고 밝혔다.
이 밖에 외국어 등 사외 교육에 대한 금액도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 그러나 백 대표는 "사실 직원들이 (사내 교육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아직 해외시장은 초기단계에 있다. 일본에 솔루션 부문이 진출해 있다. 에이메일과 맞는 현지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기술만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아직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현지화 문제를 간과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가진 서비스를 그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 말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사업관행, 시장상태, 인터넷 환경 등을 잘 파악해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그는 벤처에서 창의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프트 벤처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따라하기'다. 동영상, UCC, 블로그, 호스팅 등이 뜬다니까 과당경쟁이 이뤄지는데 독창적인 창의성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경쟁이 없다. 기술적 진입장벽을 쌓고 시장을 선점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물론 이런 걸 찾기가 쉽지는 않다(웃음)."
그의 취미는 독서. 최근 읽고 있는 책은 데이빗 에번스 등이 쓴 '카탈리스트 코드'다. '카탈리스트'는 서로 다른 그룹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원리를 뜻하는데, 백 대표는 국내 굴지의 한 포털에 이를 비유하며 에이메일에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자체 생산한 정보가 아닌 회원이 올린 정보에 대한 검색 기술로 돈을 번다. 네이버가 가진 검색 솔루션이 바로 카탈리스트 코드"라며 에이메일이 가진 카탈리스트 코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만화 보기를 더 즐긴다. 이날 기자와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도 만화 이야기였다. "집에서는 아이들 때문에 잘 못 보고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틈틈이 본다"면서 "허영만 작가의 강연을 듣고 사인을 받고 싶었는데 못 받았다"고 아쉬워 하는 백 대표의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이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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