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한소협)가 정부 위탁을 받아 소프트웨어 사업자 신고를 접수받으면서 편법 유료화를 통해 지난 한해 동안 수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지난 연말 한소협에 공문을 보내 부당이익을 전액 환불 조치할 것을 지시했으나, 한소협은 22일 현재 여전히 환불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6천여곳 상대로 3억여원 거둬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소협은 지난 해 4월부터 SW사업자 신고를 접수 받는 과정에서 기업당 5만원의 통상회비 납부를 요구했다.
SW진흥법에 따르면 SW사업자 신고는 무료다. 또 이 법에 따르면 한소협은 SW사업자 신고를 받는 법정단체다.
그럼에도 협회가 이 같은 통상회비라는 편법 수단을 동원해 작년 한해 동안 올린 수입은 3억원 상당으로, 지난 해 SW 사업자 신고를 한 7천여 기업들 가운데 6천여 기업들이 통상회비를 납부했다.
협회측은 이에 대해 "6천여 기업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통상회비를 납부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통상회비를 납부한 해당 기업들은 "협회측이 SW사업자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통상회비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호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SW사업자 신고를 1년에 1번씩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정부 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회측의 말만 믿고 통상회비를 우선은 납부했다는 것이다.
민원접수 등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확인한 정통부는 작년말 공문을 통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협회 규정에도 없는 통상회비를 전액 환불토록하고, 통상회원에 대한 관리 규정을 만들어 혼선을 방지토록 하라는 두가지 지시였다.
◆협회, 환불이행 안해
그러나 한소협은 지금까지 한푼도 환불하지 않은 데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는 상태다.
협회측은 오히려 "세금계산서까지 끊어 준 상황에서 환불을 해 주는 것은 오히려 해당 기업들에 큰 어려움과 혼란을 준다"며 "올해 통상회비를 면제해 주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말 이사회를 통해 통상회원 규정을 신설하고, 새롭게 SW사업자 신고를 하는 기업들에는 이 같은 회원 규정에 대해 안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협회측이 부당수익 3억원 중 대부분을 이미 인건비로 써버려서 환불해 주고 싶어도 환불해 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 협회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협회는 2005년 20%, 지난 해 7.5%등 매년 인건비를 대폭 늘인 데다, 서울본사 보다 30%나 적은 지방지회 인건비를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업무평가 수당, 시간외 수당도 적잖게 높여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관계자는 "협회측이 무리하게 인건비를 끌어 올렸다가 이를 충당하기 위해 SW사업자 신고를 받으면서 통상회비를 걷는 무리수까지 동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소협은 지난 2004년부터 작년까지 SW사업자 신고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으로 정부로부터 총 2억원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소프트웨어진흥원과 정보통신산업협회 등으로부터 지난 한해 동안 모두 5억원 상당의 정부 사업을 맡아 수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통부는 다음주 자료조사를 시작해 오는 2월 1일부터 한소협에 대한 종합감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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