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수의 대신 양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출석한 이날 재판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변호인(피고인) 측 입장을 확인하는 절차로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됐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가 진행한 공판에서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다른 기업이 공개매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지분 경쟁 상황에서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적인 경영상의 의사결정"이라며 "장내매수는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주가와 공개매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위법한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SM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으며 지난 8월 구속기소됐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김 위원장은 재판장이 이름과 직업 등의 인적 사항을 묻고 이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거주지 주소의 번지 숫자가 틀렸다는 점을 정정한 것 외에는 발언하지 않았지만 재판 진행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들으며 고개를 젓거나 숙이기도 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 등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사이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SM 지분을 매집한 사모펀드가 카카오와 특수 관계라고 판단, 카카오가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대량 보유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세조종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식의 주가와 거래량 동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정상적인 수요·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형성된 시세 외에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해 시세를 인상·고정시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M 주가는 지난해 2월 15일 이미 공개매수가를 상회했으며 그 이후에도 2월 16일부터 26일 내내 12만원을 상회하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며 당시 SM 주가가 오른 것은 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 경쟁에 따른 기대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검찰은 장내매집 과정에서 직전가보다 1원이라도 높으면 상황을 따져보지도 않고 고가매수·물량소진 등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 주식 매입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당시 김 위원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 지분 매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에도 김 위원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주식 매수에 어떻게 관여했다는 것인지 전혀 특정되지 않았으며 언제, 누구에게, 무슨 지시를 했는지에 대한 내용 자체가 없다"며 "공소사실 기재만 보더라도 시세조종은 막연한 추측에서 비롯된 것으로, 검찰의 무리한 범행 구성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 위반에 대해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김 위원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주식 매수한 사실 자체를 몰랐으며 이를 제외하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보유한 지분은 5%를 넘지 않아 공소사실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8월 불구속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재판이 끝난 뒤 만난 취재진의 질문들에 침묵을 유지하며 법원을 나섰다. 재판부는 이달 말까지 변호인으로부터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받고 오는 10월 8일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입장을 듣기로 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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