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지방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가 적용되는 사업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조합과 시공사 사이 갈등도 속출하고 있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 광안2구역 일부 조합원은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총회결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SK에코플랜트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이 적용된 사업은 8월 분양 후 2026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조합은 총회를 열고 공사비 증액 등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조합원 일부가 총회 결과 때문에 비례율이 지나치게 낮아졌다고 반발하면서 마감재 변경 등 공사비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율은 조합원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과 재개발 이후에 획득하게 되는 자산의 비율을 뜻하며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건설사들이 기존 서울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적용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부산과 광주 등 지방 광역시에서도 확대하고 있는데, 품질을 향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현대건설 '디에이치'와 DL이앤씨(아크로)와 대우건설(써밋), 포스코이앤씨(오티에르) 등이 있다.
실제로 하이엔드 브랜드가 차례로 분양사업에 도입된 부산에서는 평당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어서는 단지가 등장했다. 지난 2월 분양한 '테넌바움294Ⅰ·Ⅱ'의 경우 평당 분양가가 Ⅰ단지 3624만원, Ⅱ단지는 평당 6093만원에 책정됐다. 이달 분양한 '블랑 써밋 74' 또한 평당 분양가가 약 3100만원 수준에 책정됐다. 지난해 분양한 남구 대연동 '더비치푸르지오써밋' 또한 평당 분양가가 3535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높은 분양가에 경쟁력을 갖춘 일부 하이엔드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자 광안2구역 사례처럼 공사비 갈등이 발생하는 현장도 속출하고 있다. 광주 최대 재개발로 꼽히는 광산구 신가동 재개발(아크로 트라몬트)은 광주에서 처음으로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가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광주 주택시장이 냉각되면서 분양가 문제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가동 재개발 조합은 지난 5월 관리처분변경총회를 개최해 일반 분양가(평당 2450만원) 등을 정했다. 다만 시공사인 빛고을드림사업단(DL이앤씨·GS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한양) 측은 조합원 분양가가 안근 단지 대비 낮게 책정된 반면 일반 분양가가 지역 분양시장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광주 부동산 시장 내 매분양이 다수 쌓인 상황에서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는 미분양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반면 조합원 분양가는 주변 대비 굉장히 낮아 일부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 폭이 큰 하이엔드 브랜드의 경우 조합이 향후 공사비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일반 브랜드 대비 더 많은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되고 마감재도 고급 자재를 수입해 높은 공사비는 불가피하다"면서 "자금 여력이 충분하고 평균 집값이 높은 서울은 공사비에 대한 부담이 덜하지만 집값이 낮고 조합원 자금 여력이 서울에 비해 약한 지방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시 부담이 서울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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