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판결을 두고 최 회장과 재판부 양측의 반박이 연일 이어졌다. 항소심 오류가 정정되면서 촉발된 공방은 최 회장 측이 항고를 진행하면서 상고심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기존 판결문에 명시한 1998년 5월 주식 가액과 기여분을 경정(수정)했다. SK㈜ 주식(약 1297만 주)의 모태가 되는 과거 대한텔레콤(SK C&C) 주식 가액 100원을 1000원으로 늘리고, 이에 따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에서 125배로,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 역시 35.6배로 수정했다.
이후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의 근간이 되는 기여분을 단순 경정하는 것에 대해 항고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서울고법은 이례적으로 설명문을 배포하면서 최 회장의 기여도는 35.6배가 아닌 160배이며, 재산분할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또다시 재판부가 산정한 '기여 시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 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궁금하며 이에 대한 해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판부가 당초 2심에서 제시한 최 회장의 기여분 시점은 반박 자료에서 제시한 시점과 상이하다. 2심에서 재판부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시점(1998년 5월)부터 2009년 11월 SK C&C 상장까지를 기여 기간을 두고, 당시 주식 가액 3만5650원을 기준으로 기여분을 산정했다. 이에대해 SK 측은 재판부의 산식과 동일하게 계산해 최종적으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과 최 회장의 기여분을 125 : 35.6로 재산출해 "치명적인 오류"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여 기간을 기존 2009년 11월 시점이 아닌 재산분할 기준 시점인 2024년 4월 16일로 말을 바꾸면서 최 회장 측의 해명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2009년에 경영 활동을 그만둔 것이 아니고, 4월 16일(재산분할 시점)까지 계속 경영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경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점을 변경하고 설명자료로 배포한 재판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 측은 입장문에서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 관계는 2019년에 파탄이 났다고 설시한 바 있는데, 2024년까지 연장해서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인 기여라고 짚은 만큼 이번 오류 건에 대해서는 더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당초 기여도를 '12.5:355'를 두고 재산분할을 결정한 만큼, 재판부가 주장하는 '125:160', 혹은 '124:35.6'에 대해서는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정 항고가 상고심이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법조계에 따르면 경정 항고가 받아들여질 경우 상고 이유 중 하나가 인정되면서 2심 판결을 원안대로 유지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판사 출신인 문유진 판심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주당가치를 수정한 것은 수정 이후에도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기여분 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결론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유"라면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항소심재판부는 두 번째 사유인 최태원 회장의 기여분 산정 종기를 기존 2009년에서 항소심 변론 종결 시인 2024년 4월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재산분할 산정 시기를 2019년으로 두고 항소심이 경정결정에서 위 주식에 있어서만 기여분 산정 종기를 2024년으로 달리 보았다면 문제가 있고, 상고심에서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항소심이 위 재산분할 산정을 일관되게 항소심 변론 종결시인 2024년 4월로 했다면 결국 산정 비율이 달라지더라도 판결의 결론이 동일하다고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시은 기자(isieun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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