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 가 힘을 받기는 받는 모양이다. 경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어도 증시가 뜨니 정부도, 유관기관도 내친김에 활황장세를 상장기업 유치확대로 몰고갈 분위기다.
말많고 탈많은 생보사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나 싶더니 4일에는 민영화 일정도 잡히지 않은 공기업의 상장 얘기에, 10대그룹 계열사들에게도 "상장해 달라"는 러브콜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정부나 유관기관은 상장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정부차원에서 일부 상장의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적극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한다.
요즘 분위기라면 '좀 크다', '된다' 싶은 기업들의 상장은 정말 '마음만 먹으면 된다' 싶을 정도다.
상장 러브콜을 받았다는 한 비상장기업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에 상장하라면 누가 하겠습니까? 정부 간섭이 웬만 해야죠"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해 국감을 비롯해서 온 나라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문제와 경영권 승계 문제가 한참 도마위에 오르다 보니 상장은커녕 이목이 집중되는 것마저 반갑지 않다는 푸념이다.
또 다른 비상장기업 관계자는 "상장요건이 되는데도 안하면 지분구조 등을 드러내기 꺼려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문제시 한다"며 "상장요건 중 제일 중요한 게 막말로 기업의 의사인데 기업 의지와 무관하게 상장을 촉구하는 것도, 정부가 규정을 완화해서라도 유치하겠다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정부 여당의 의도야 그렇지 않았더라도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논란이 반기업정서와 이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꼴이다.
실제 삼성그룹은 법원이 유죄를 판결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 증여문제를 빼고라도 X파일, 금융지주사, 금융계열사 지분매입, 삼성차 문제 등 금산법(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공정거래법 위반에 모럴해저드까지 집중적인 포화를 맞고있다.
기업들로서는 삼성사태가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는 게 또 부담이 되는 눈치다. 정부가 재벌개혁을 빌미로 특정기업, 소위 간판 격인 삼성을 옥죄려 한다는 '삼성 때리기'식의 곱지 않은 시각 탓이다.
사실 쟁점인 금산법대로라면 삼성카드가 초과로 보유중인 에버랜드 지분을 팔지 않더라도 정부가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다. 다만 의결권 제한만 받을 뿐이다.
감독당국의 시정명령 권한이 포함된 것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가능한 사안. 그나마도 개정법 시행이전 지분매입에 대해서는 법 원칙상 소급적용을 할 수 없어 삼성이 '법대로 한다'고 밀고 나가면 어쩔 도리가 없다.
따라서 일부에서 정부와 여당이 가치판단이 어려운 '공익'을 앞세워 법적 원칙에도 어긋난 '소급적용'을 주장하는 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된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의 초과 보유는 과거 삼성의 일부 계열분리 과정에서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취득한 것. 따지고 보면 이 문제는 같은 사안을 두고 정부 부처간 엇박자가 빚어낸 논란 거리라는 점에서 삼성측도 은근히 억울해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만 있어도 시워찮을 판에 굳이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기업의 부담까지 떠안을 필요가 있냐는게 비상장을 고집하는 기업들의 대체적인 정서다.
반기업 정서에 대한 이들의 피해의식부터 해소해야 할 판이다. 새로울 것 없는 상장부담 경감방안만 강조하는 게 아니고 말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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