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향후 재판에서 진행될 증인 신문 순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는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 전 대표와 카카오 법인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이란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추후 증거조사, 혐의 입증 계획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검찰은 배 전 대표 등이 지난 2월 16~17일과 27~28일 모두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409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SM 지분을 매집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카카오와 특수 관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카카오가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대량 보유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을 핵심 증인으로 보고 증인 신문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이 부문장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배경 전반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앞선 서증조사에서도 사실관계가 일정 부분 확인된 만큼 향후 증인 신문을 통해 이런 점들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 변호인은 "이 부문장의 경우 드라마 제작사(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받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부문장의 진술 증거를 다른 증거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측면이 있는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증인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배 전 대표와 사모펀드 운용사와의 공모 여부도 주요 쟁점인 가운데, 카카오 측 변호인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은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M 시세 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A씨는 최근 구속됐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A씨와 관련해 곧 기소할 것이라고만 언급하고 있고 이 부문장에 대해서도 어떤 명목으로, 언제 기소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임직원에 대해서도 언제, 어떤 혐의로 기소할 것인지, 또한 증거는 어느 범위로 제출됐는지 등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들로 향후 재판에서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인에 대한 신문이 여러 번 진행되지 않도록 핵심 증인을 추리고 이들에 대한 신문은 향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향후 기일을 미리 지정했다. 다음 공판에서는 증인 신문이 계속된다. 오는 5월 7일에는 금융감독원 관계자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한편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배 전 대표는 이날 불출석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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