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 세계 18개 자동차 회사의 기후·환경·인권을 점수로 매긴 순위가 공개됐다. 우리나라 회사인 현대·기아차는 각각 10위, 13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노동자 권리 침해와 탈탄소 노력 부문에서 지적을 받았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환경, 인권 측면의 책임 있는 전환의 주체가 되도록 독려하는 세계 동시 캠페인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 선봉을 이끌다)가 28일 세계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인권 대응 순위를 분석한 두 번째 리더보드(Leaderboard)를 발표했다.
리드더차지는 자동차 제조업의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가스, 환경 피해와 인권 침해를 근절하려는 노력 등을 평가해 세계의 자동차 회사 18곳을 평가했다.
리더보드는 단순한 전기차(EV) 현황을 평가하기보다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정한 과정으로 인권을 존중하며 자동차를 생산했는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환경적으로 지탱 가능한 공급망을 갖췄는지를 평가한 데 주안점을 뒀다.
전기자동차만 생산한다고 친환경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생산과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과정에서 인권, 환경과 탈탄소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문했다.
리드더차지가 출범한 지난해 첫 평가 결과에서 현대자동차는 18개의 기업 중 11위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18개의 기업 중 14위로 하위권을 차지한 바 있다. 올해는 각각 한 단계 뛰어올랐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노력이 있었음이 확인된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10위로 순위가 상승한 배경으로는 지난해 사업장별 근로자 인권 위험을 공개하고, 공급망이 소폭 개선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와 환경 영향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의 노동 단체로부터 미국 내 공급망에서 노동자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에 공급업체에 대한 3차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지역사회와 지역사회 혜택 협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이 없는 상황으로 이 같은 상황도 점수에 반영됐다.
기아차의 경우에도 EV9을 통해 지탱 가능한 소재 혁신을 내세우고 있는데 지난해 첫 번째 리더보드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아 14위를 기록했다. 이번 올해 두 번째 리더보드에서도 2점 상승에 그쳐 13위를 기록해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기아차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는 알루미늄 부문과 원주민의 권리 부문에서 0점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여기에 기아차는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탈탄소화 노력 등의 모든 항목에서 10점 미만의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유럽과 미국 기업의 리더보드의 평균 총점은 각각 28점과 31점으로 비슷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대자동차는 15점, 기아차는 8점을 받는데 그쳤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환경적 책임, 인권, 지탱 가능한 관행 등에서 유럽, 미국 타 경쟁 기업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주 기후솔루션 철강팀 책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국내외 주요 브랜드인데 분명한 기회가 있는데도 공급망을 관리하지 못하면 미국, 유럽, 심지어 중국 등지의 민첩하고 기민한 경쟁업체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며 “현대제철, 포스코와 같은 공급업체와 저탄소 철강 조달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리더보드 1위는 지난해 2위였던 포드였다. 메르세데스(40점)를 제치고 42점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포드는 철강과 알루미늄 탈탄소화에 대한 진전과 책임 있는 전환 광물 조달에 업계 최고 순위에 올랐다.
일본의 혼다와 토요타는 전기로의 전환 부문에서 리더보드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공급망 탈탄소화, 인권 존중 부문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토요타는 한 해 동안 진전이 없어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15위로 떨어졌다.
리드더차지 연대 단체들은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이 자동차 산업의 오염된 배기관 배출 문제를 해결함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은 진정으로 청정한 전기차를 제조하기 위해 공급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공급망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채굴부터 제조, 재사용, 재활용, 인권 등의 측면에서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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