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 반도체 부문의 핵심 부서인 메모리사업부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6년 만에 삼성전자로 복귀하면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이재용 회장의 신사업 발굴에 대한 고민을 덜어줄 해결사로 나타난 전 부회장이 향후 삼성의 10년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를 통해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전 부회장을 선임했다. 전 부회장은 2010년대 들어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반도체 신화를 일궈냈던 인물로, 한 때 권오현 전 회장의 후계자로도 거론됐을 만큼 그룹 내에서 신망이 높았다. 권 전 회장은 퇴임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끌 인물로 전 부회장을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반도체 출신인 전 부회장이 맡게 될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앞서 8월 DX부문 산하에 꾸린 '미래기술사무국'이 기획단에 통합돼 운영된다. 향후 10년 이후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책을 맡게 된 이곳은 '부회장급' 전담 조직인 만큼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앞으로 전자 및 전자 관계사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검토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규모는 초기에 10~20명으로 꾸려진 후 사업 구체화 단계에서 조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가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관련 업무를 맡을 임원 선임 및 조직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14년 전 전무였던 이재용 회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때의 인사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당시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를 갖추기 위해 신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자 그룹 전체의 미래 사업을 책임져 온 신사업추진팀을 신사업추진단으로 확대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9년 말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시로 신사업추진단을 꾸리고 김순택 당시 부회장을 초대 미래전략실장으로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과거 전략기획실 출신으로, 삼성SDI를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에서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회사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신사업추진단을 통해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해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태양광 △ LED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의료기기 등 5개 신사업 분야에서 4만5000명의 고용과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3년 7월 신사업추진단이 해체된 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은 이 역할을 이어받아 사업을 키워왔다. 이 사업 중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등 일부는 10여년이 흐른 현재 삼성을 대표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
이 탓에 일각에선 미래사업기획단이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삼성 측은 "미래전략실과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삼성이 미래사업기획단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안팎으로 미래 신사업 발굴이 몇 년째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계열사들을 총괄·조율하는 사업지원TF는 오너일가나 내부 업무에 비중을 두면서 성장 동력 발굴에 소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지 만 1년이 넘은 상황에서 대규모 M&A 등에 나서기는커녕 글로벌 복합 위기 탓에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역대급 적자가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선대회장은 자신과 중요 의사를 결정할 가신들을 많이 두고 여러 의견들을 많이 들은 후 경영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재용 회장은 그간 여러 사법 리스크에 얽매여 있었던 탓에 믿을 만한 가신을 두지 못했던 것이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다소 걸림돌이 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 부회장이 이 회장의 새로운 가신으로서 미래사업기획단을 이끌며 사업지원TF와 달리 미래 먹거리를 잘 발굴해 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며 "글로벌 IT, 전자 시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대변혁기에 돌입한 만큼 미래사업기획단을 통해 삼성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미래사업기획단이 내년에 대규모 M&A에 적극 나설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후 7년간 신사업을 위한 M&A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1년 1월 공개적으로 3년 내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수준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당시 와병 중이던 이건희 선대회장을 대신해 삼성전자 최고결정권자 역할을 하면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4건의 M&A를 성사시켰다. 2017년 8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하만이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단행한 대규모 M&A다.
M&A를 추진한다면 실탄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유동자산은 206조4386억원으로 이 중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인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93조원에 달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을 잇따라 매각하며 1년 전과 비교해 약 25조원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한 부회장이 겸임하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내려놓고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사업기획단을 꾸린 것은 삼성전자의 의미 있는 M&A 발표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다 전장 사업도 강화하고 있고 AI, 5G 등을 주요 투자처로 삼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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