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AI 인재 빈국(貧國)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강국인 미국, 중국의 인재 양성 및 영입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박동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의뢰한 '한미중 인공지능 인재 확보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전문 인재 수는 2551명으로 전 세계의 0.5%에 불과해 전문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전문 연구기관인 엘리먼트 AI가 발표한 '2020 글로벌 AI 인재보고'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AI 분야 전문 인재 수는 47만7956명이다. 이 중 미국이 39.4%(18만8300명), 인도 15.9%(7만6213명), 영국 7.4%(3만5401명), 중국 4.6%(2만2191명)를 차지했다. 한국은 0.5%로 30개국 중 22위에 그쳐 전문 인재 확보 경쟁에서 크게 뒤처졌다.
미국은 AI 분야 우수 대학·연구기관,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로, 석·박사 해외 유학생 의존도가 3분의 2로 높다. 스탠퍼드 HAI(Human-Centered AI)의 AI 지수에 따르면 컴퓨터 과학 분야 미국 유학생 비중은 2021년 박사 68.6%, 석사 65.2%이며 그 비중이 늘고 있다.
미국은 테크기업이 고액의 연봉, 연구개발비를 제공하며 인재를 영입 중이고 제도적으로 학위를 마친 유학생이 최대 36개월간 임시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주는 프로그램(OPT)도 있다. 이에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 있다. 안보유망기술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AI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의 82~92%가 졸업 후 첫 5년간 미국에 남아 일한다.
미국은 초·중·고 AI 기초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먼저 AI 기초학문으로서 컴퓨터 과학, STEM 교육 중요성을 인식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10년 내 10만명의 우수 STEM 교사 양성'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 구상을 제시하고 각 주, 지역 학군의 인프라 확충,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에 3년간 40억 달러를 투입했다.
2021년에는 '2021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법' 제정으로 거의 모든 주가 컴퓨터 교육을 강화했고, 일부 주는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했다. 2022년에는 '모든 학생을 위한 STEM 수월성' 구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올해 초·중·고 STEM 교육 강화에 1200억 달러를 지원하며 파격적으로 투자했다.
중국은 2001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정보기술 과목을 필수로 설정해 의무교육을 20년 넘게 추진했다. 교육시수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둬 초등학교 68시간 이상, 중학교 68시간 이상, 고등학교 70~140시간으로 설정했다. 또 고교단계에서 입시준비로 인한 교육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대학입시에 정보기술 과목을 필수로 포함했다.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AI 교재를 개발해 유·초·중·고, 직업교육 등 생애주기별 AI 의무교육을 실시했다. 대학교육에서는 'AI + X(전공 및 산업 분야)' 융복합 교육을 하는 곳에 재정지원을 하며 AI 융복합 인재를 양성했다.
중국은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2009년 '천인계획'을 시작해 규정과 틀을 넘어선 소득 및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인재의 요구에 맞춘 파격적인 사업 플랫폼을 제공하고 연구에 따른 지식재산권도 보장해준다. 대표적으로 튜링상(컴퓨터과학 분야 노벨상, 구글이 매년 100만 달러의 상금 후원) 수상자인 야오치즈 칭화대학 교수를 영입할 때 그가 원하는 학과 개설, 교육과정 도입 등 학생 교육에 전권을 부여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보고서는 AI 인재 양성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제안했다. 중국은 국무원이 국가차원의 AI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가 인재 양성 실행계획을 추진한다. 미국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AI 기술발전전략을 담당하고, 교육부가 AI 기초학문인 컴퓨터 과학, STEM 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은 교육부, 과기부, 산업부, 고용부가 각각 정책을 추진하고, 시·도 교육청도 산발적으로 사업을 한다. 보고서는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이 국정과제로 포함된 만큼,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AI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보고서는 초·중·고 AI 교육에서 교육시수 확대 및 교사 확보를 추진하고 이를 위한 국가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또 한국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2018년부터 의무화했음에도 초등 5~6학년 17시간, 중학교 3년 34시간, 고등학교 선택으로 운영해 교육이 형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초중고 교육 난이도에 차별성이 없어 교육이 체계적이지 않다고도 평가했다.
보고서는 AI 교사 확충도 강조했다. 중국은 2001년부터 정보기술 교육을 일관되게 실시했고, 미국은 2011년부터 10년간 10만 STEM 교사 양성을 추진한 덕분에 전문교사 수가 비교적 많다. 반면 한국은 교육부가 현직교사 중 희망자를 선정해 재교육하는 수준에서 인력수급 해소를 시도 중이다. 보고서는 AI 교육은 전문성이 중요하므로, 신규교사 임용 시 AI 자격증을 필수로 하자고 제안했다.
AI 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인재 영입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한국 AI 인재들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으로 유출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민간 차원에서 높은 급여, 매력적인 연구 환경 등을 제공해 우수 인력을 유치함과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비자 규제 완화 및 한국판 천인계획 등으로 세계적 인재 영입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 경쟁력의 핵심은 곧 인재인데, 우리나라의 글로벌 AI 전문 인재 보유 비중은 0.5%에 불과하다"며 "초·중·고 AI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글로벌 AI 인재 영입을 위한 제도를 정비해 AI 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계에서는 AI 인재의 양적 부족에 더해 질적 미스매치 해소가 시급하다"며 "우수한 전문 강사를 많이 확보하고 초·중·고 단계별로 심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AI 기초교육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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