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득표율 1.83%)를 계기로 정의당 내부에서 '총선 재창당' 계획을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 등 '노동·녹색' 중심의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이정미 대표(자강론)와 '새로운선택·한국의희망' 등과의 넓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당내 소장파 '세 번째 권력(연대론)'이 대치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달 중 자강론 기반의 재창당 계획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년 가까이 계속된 '재창당 계획'이 당내 이탈, 갈등 심화로 귀결되면서 안팎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비판 이어가는 '세번째 권력'…당내 "결별은 기정사실"
이정미 대표는 26일 당 상무위원회(지도부 회의)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지도부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당 공동의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해 왔다.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해 총선에 대응코자 한다"며 기존의 자강론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오는 2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재창당 계획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은 확실시된 상황이고 추가적인 세부 절차가 기자간담회에서 언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대표의 자강론에 반대하는 장혜영·류호정 의원 등은 이 대표와 당내 주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장 의원은 전날(25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시도당 연석회의에서 저와 류 의원에 대한 징계, 출당 얘기가 나왔고, 지도부 누구도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재보궐 패배의 책임을 두 청년 의원들에게 묻는 것이 지금 정의당의 비겁하고 무책임한 현주소"라고 직격했다. 류 의원 역시 같은 자리에서 "금태섭(새로운선택)이든 양향자(한국의희망)든 양당 정치를 깨겠다는 제3지대 신당 창당 그룹 모두와 대화하자"며 연대론을 강조했다.
류 의원과 장 의원, 조성주 전 정책위의장이 소속된 당내 모임 '세 번째 권력'은 일찍부터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 등이 주도한 '제3지대 신당'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며 접촉을 넓혀왔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세 번째 권력'이 사실상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장, 류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당내 구성원 대부분은 (세 번째 권력과의) 결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녹색당과의 합당을 전후로 세 번째 권력이 당을 떠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성과 안보이는 '재창당'…전문가 "유연함 부족해"
그러나 '세 번째 권력' 외에도 강서구청장 보궐을 기점으로 이정미 지도부와 자강론을 비판하는 당내 반응은 늘고 있다. 박원석 전 의원이 주도하는 당내 그룹인 '대안신당 당원모임'도 보궐선거 이후 이정미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며 비상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도부 일원이었던 김창인 전 청년정의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정미표 자강은 실패했다"고 일침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취임 이후 1년 가까이 진행된 재창당 계획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1년 동안 녹색당과의 선거연합 외에 재창당 계획의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며 "강서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창당 계획 이후 당내 이탈만 가속화되고 있지 않느냐"며 "외연을 확장하긴커녕 축소하고 있는데 이것이 '재창당'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천호선 전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전·현직 당직자 그룹도 지난 7월 정의당과 결별하고 현재 '사회민주당(가칭)' 창당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의당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창당(2012년) 이후 처음으로 '원외정당'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입지를 회복하려면 민주노총, 진보당과의 관계 회복 등 좀 더 유연한 접근(계획)이 필요하다"며 "현 이정미 체제는 전통적, 안정적 연대에만 집착해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의당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한다고 평가하긴 아직 이르다"면서도 "그러나 양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고착화, 중도보수 성향 신당의 비교적 참신한 이미지 등 정의당의 선거 여건이 악화되는 건 사실이다. 전향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직 재창당 계획을 지켜보자는 당내 의견도 있다. 한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도부가 '세번째 권력' 등이 주장하는 폭넓은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녹색당과 연합으로 기반을 만든 후 상황에 따라 제3지대 전체 유연한 협력(후보 단일화 등)을 할 여지는 충분하다"며 "자강론이든 연대론이든 재창당 기조 자체를 훼손하는 방향으로는 갈등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녹색뿐 아니라 정의당이 해결코자 하는 기후위기, 불평등, 지역소멸의 과제에 함께하는 세력과 보다 폭넓게 접촉하겠다"며 녹색당 이외 정당과의 협력,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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