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호연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700%를 넘어선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곧 '아시아나항공의 해체'로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이 성사되는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면서도 인수측의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 방안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의서를 오는 30일 이사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산하 단체 아시아나항공 노조(일반노조)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 사업부를 분리매각 하는 방식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인력을 줄이고 공항 이착륙 횟수인 '슬롯'을 해외 항공사에 넘길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조건을 맞추기 위해 항공기를 줄이고 노선과 슬롯을 반납하면서 말뿐인 고용유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약 3년 동안 이어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절차에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이 남았다. 이 과정에서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화물 노선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에 따라 대한항공에 시정 조치를 요구한 상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화물운송으로 74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흑자를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화물운송 부문 매각이 달갑지 않지만 EU 심사의 문턱을 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되 인수하는 측이 고용 유지와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의서를 오는 30일 개최되는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화물사업 분리 매각 여부를 결정하고 해당 합의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의 결정이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됐다.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선 과반인 4명의 표가 필요하다.
한편 업계 안팎에선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는 12조원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 비율은 1741%에 달한다. 부채로 인해 올 상반기 영업이익 2014억원보다 많은 2023억원이 이자 등 금융 비용으로 지출됐다.
현금 유동성도 한계에 직면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현금은 9600억원이었지만 지난 7월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각각 5000억원, 2000억원을 갚고 남은 현금은 3000억원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 21일 만기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2400억원을 갚게 돼 이마저도 바닥났다. 이 외에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특별약정지원 1조8000억원도 이달 30일 만기를 앞뒀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은 앞서 '합병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EU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호연 기자(hy@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