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3-3으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가운데 함성 소리가 커졌다.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키움의 8회말 공격 상황에서였다. 1사 1루 상황에서 대기 타석에 한 선수가 나오자 고척스카이돔은 들썩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이날 경기 전 언급한대로 이정후(외야수)가 대타로 나서기 위해 준비했다. 그는 박수종 타석에 대신 나왔다. 앞서 임지열이 3-3 균형을 깨뜨리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린 터라 함성과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이정후는 지난 7월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 이후 오랜만에 1군 경기에 나왔다. 그는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하진 못했지만 타석에 오래 서있었다.
삼성 투수이자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기 전까지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였던 김태훈과 12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3루 땅볼.
그러나 고척스카이돔에 모인 키움과 원정팀 삼성 팬까지 이정후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냈다. 이닝 종료 후 이정후는 중견수로 수비도 들어갔다. 홍 감독은 경기 전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정후 그리고 동료 선수들, 홈 팬 모두에게 이날은 의미있는 경기가 됐다.
해외 진출을 앞둔 이정후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홈 경기가 될 수 있어서였다. 그 역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이정후는 "어제(9일)부터 경기에 출전하기 전까지 정말 긴장했다"며 "프로 데뷔전을 앞뒀을 때보다 더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타석에 들어가니 긴장이 풀렸다. 아직 실전 감각이 없는 편인데 한 두개씩 공을 보다보니 (공이)맞아가면서 파울도 나왔다"고 복귀전 타석도 되돌아봤다.
이정후는 경기에 나서기에 100%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다. 경기 전 현장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70~80%정도 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출전 의지가 강했다. 홍 감독도 "(이)정후가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엔 꼭 뛰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그래도 (홈구장에서)내 마지막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최선을 다해 되든, 안되든 준비하려고 했다. 마지막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한 출장이었기 때문에 재활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1군으로)왔다. 그래도 최대한 괜찮은 몸 상태를 만들고 싶었는데 잘 됐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홍 감독과 코치들이 배려해준 덕분에 마지막 타석을 설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정후는 경기 종료 후에도 동료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나와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그는 "정말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며 "팀에 입단한 뒤 7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남은 팀의 두 경기(모두 원정 경기)에 선수단과 동행은 하지만 경기 출전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10일 삼성전이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KBO리그 경기가 된 셈.
이정후는 "앞으로 7년보다 더 긴 야구 인생이 남았겠지만, 처음 시작했던 이 7년은 가슴 속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팬, 동료, 팀에 대한 감정을 다시 한 번 표현했다.
그는 이날 경기 전에도 팬들과 만났다. 사전 행사로 선수단 사인회가 열렸고 이정후는 이 자리에 참석했다.
/고척=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