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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제련' 고려아연 손잡은 현대차의 속내…'배터리 자체 생산' 의지


현대차그룹, 5272억원 투자…고려아연 지분 5% 인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의 일환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국내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의 지분 5%를 인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을 확보한 후 장기적으로 전기차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려는 전략적 동맹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인도 중장기 R&D전략을 점검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정의선 회장,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장(부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달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인도 중장기 R&D전략을 점검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정의선 회장,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장(부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해외 법인인 HMG글로벌이 최근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하며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의 밸류체인 전 영역에 대한 협업의 토대를 강화했다. 또한 지난 30일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고려아연은 아연, 은 등 비철금속 제련으로 쌓은 기술력을 활용해 지난 2017년 배터리용 황산니켈 생산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최근 배터리용 전구체 생산 자회사 설립, 연내 울산 온산공단 내 니켈제련소 설립 추진 등 이차전지 영역 중 니켈 분야로의 사업을 집중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양사 간 협력을 통해 생산되는 니켈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지급 규정을 충족하게 된다. 니켈 공급은 오는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2031년에는 현대차그룹의 IRA 대응에 필요한 물량 중 약 50%에 해당하는 니켈을 고려아연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유럽연합 핵심원자재법(CRMA) 등 권역별 규제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건 등 글로벌 친환경차 생산에 요구되는 다양한 기준을 충족하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안정적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력으로 개발·생산하고 있는 삼원계(NCM·NCA)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가 바로 니켈이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경우 니켈 비중을 높이면 똑같은 크기일지라도 에너지 밀도가 증가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 함량을 높이는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어서 니켈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김흥수 현대차그룹 부사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30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왼쪽부터)김흥수 현대차그룹 부사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30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가 아닌 현대차그룹에서 니켈의 안정적 공급에 나선 것은 밸류체인 협업에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배터리 자체 생산의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 역시 배터리 내재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전기차 시장의 가격 인하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자체 개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테슬라다. 지난 2020년부터 배터리 자체 생산을 공언했고, 지난해에는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전기차 생산의 수직계열화까지 도전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텍사스주에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정제 공장을 다음 달 착공한다고 밝혔다. 완공되면 테슬라는 배터리 설계·생산에 이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핵심 공급망 전체를 확보하게 된다.

폭스바겐도 배터리 생산 자회사를 설립해 경쟁 완성차 업체에 직접 납품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7월 배터리 자회사인 파워코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2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셀 공장 6개 건립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이미 현대차는 지난 6월 발표한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웨이'에서 구체적인 배터리 개발 역량 확보 및 소재 수급 안정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9조5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성능 향상 및 차세대 배터리 선행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했다.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해 배터리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 등 기능별 전담 조직을 마련했고,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도 '현대차그룹-서울대학교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개관했다. 스타트업과의 공동 연구, 지분 투자도 진행 중이다. 미국 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 요소 및 공정기술 확보를 위해 협업 중이며,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과는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궁극적으로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해 자체 생산한 전지를 전기차에 탑재한다면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 업체와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달 출시한 디 올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최초로 자체 제작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분류되기 때문에 향후 내재화를 위한 발판도 마련한 셈이다.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솔리드파워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사진=솔리드파워]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솔리드파워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사진=솔리드파워]

장재훈 사장은 '현대 모터웨이'를 발표하며 "현대차는 전동화와 미래기술에 대해 어떠한 글로벌 회사보다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앞으로 전동화 톱티어(Top-Tier)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현대 모터웨이'는 수많은 현대차 임직원이 축적해 정립한 혁신 DNA가 구체화된 모습으로, 새롭고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려아연과의 니켈 협력을 비롯해 리튬 등 나머지 전기차 배터리 핵심전략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타 글로벌 원소재 기업과의 다양한 협력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RA 때문에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북미 등 현지 합작 공장 건설과 동시에 배터리 내재화 등 수직계열화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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