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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 205kmㆍ2000만원대' 레이EV, 전기차 시장 뒤흔들 수 있을까


중국 CATL의 LFP 배터리 탑재로 가격 낮춰
"합리적 가격대 기반으로 도심 주행 최적화"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중국에서 제조한 이원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단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자동차가 국내 시장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올해 초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경쟁으로 인해 앞으로 LFP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 차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 뉴 기아 레이(레이)'의 전기차 모델 레이EV(왼쪽)와 KG모빌리티의 전기차 모델 토레스EVX [사진=기아-KG모빌리티]
'더 뉴 기아 레이(레이)'의 전기차 모델 레이EV(왼쪽)와 KG모빌리티의 전기차 모델 토레스EVX [사진=기아-KG모빌리티]

23일 기아는 지난해 출시한 '더 뉴 기아 레이(레이)'의 전기차 모델 '레이EV'의 사전 계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차에는 중국 1위 배터리 제조사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기아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레이EV에는 35.2킬로와트시(kWh)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배터리 전방 언더커버 적용으로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해 1회 충전 때 복합 205km와 도심 233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으며 14인치 타이어 기준 5.1km/kWh의 복합전비를 달성했다.

아울러 150kW급 급속 충전기로 40분 충전 시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으며, 7kW급 완속 충전기로 충전 시 6시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10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구동 모터는 최고 출력 64.3kW(약 87ps)와 최대 토크 147Nm를 발휘한다. 레이EV의 가격은 27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 초중반에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레이EV의 내부 모습 [사진=기아]
레이EV의 내부 모습 [사진=기아]

국내 배터리사와 협력해 전기차를 생산해 왔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이번 선택은 '저렴한 가격이 큰 무기인 엔트리급 모델에는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산 LFP 배터리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사는 아직 전기차용 LFP 배터리의 양산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가 내년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경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모델에도 중국산 LFP 배터리가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기아 니로EV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에 CATL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하며 중국산 배터리 사용에 신호탄을 쏜 바 있다.

KG모빌리티도 다음 달 첫 번째 전동화 모델인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 토레스 EVX에는 중국 비야디(BYD)의 LFP 배터리가 들어간다.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으로 433km를 주행한다. KG모빌리티와 비야디는 이미 2021년부터 배터리 개발 및 배터리팩 생산을 위한 기술 협력을 진행해 왔다.

KG모빌리티가 지난 3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 모빌리티 산업 전시회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토레스 EVX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KG모빌리티가 지난 3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 모빌리티 산업 전시회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토레스 EVX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그간 국내 출시 전기차에 LFP 배터리가 사용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주로 중국에서 수입된 전기 버스나 트럭에 LFP 배터리가 탑재된 바 있다. 여유 공간이 작은 전기 승용차에는 국내 배터리 3사에서 주력으로 삼는 삼원계 배터리가 사용돼 왔다. NCM 배터리는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어서 좀 더 진화된 형태의 배터리라는 인식이 업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 채용 전기차가 증가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순수 전기차(BEV) 중 LFP 배터리를 사용한 차량 비중은 40%에 달했다. 2018년 8%에서 4년 만에 점유율이 5배로 커진 것이다.

현재는 중국을 중심으로 LFP 배터리 점유율이 급증했지만 향후에는 미국에서도 보급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중국 CATL(1위)과 BYD(2위)의 합산 점유율은 52.5%에 달했다. 세계 1위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2% 증가했고, BYD는 무려 102.4%나 증가하며 지난해 상반기 2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을 밀어내며 2위 자리에 올랐다.

LFP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싼 가격이다. 철과 인산 등 값싼 금속을 사용해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NCM 배터리보다 30~40%가량 저렴하다. 또 발열과 화재 위험이 적어 높은 안전성을 갖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이를 채택하는 이유도 가격 경쟁력을 높여 전기차 대중화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CATL은 상반기에 매출 1천892억4천604만 위안(약 33조8천400억원), 영업이익 253억5천742만 위안(약 4조5천3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사진은 CATL 본사 전경과 테슬라 모델Y 모습 [사진=CATL·테슬라]
CATL은 상반기에 매출 1천892억4천604만 위안(약 33조8천400억원), 영업이익 253억5천742만 위안(약 4조5천3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사진은 CATL 본사 전경과 테슬라 모델Y 모습 [사진=CATL·테슬라]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원가를 2018년을 기준으로 2026년에 75% 수준, 2030년에는 45% 수준까지 낮춰 누구나 부담 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2025년경에는 배터리 전문 기업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LFP 배터리를 신형 전기차에 최초로 적용한다. 아울러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에도 LFP 배터리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임현진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전기차 모델에 대한 가격 인하 외에도, 보급형 소형 전기차 모델을 새로 출시해 잠재적 수요가 존재하는 틈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하며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자동차를 선호하는 유럽 등에서 소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연일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며 가격 인하 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의 배경에도 역시 중국산 LFP 배터리가 자리 잡고 있다. 테슬라가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중형 SUV 모델Y 후륜구동 모델 가격은 기존 대비 2000만원가량 낮은 5699만원이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Y에 저렴한 CATL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유출된 테슬라 부분 변경 모델3의 모습 [사진=레딧]
유출된 테슬라 부분 변경 모델3의 모습 [사진=레딧]

이 때문에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도 최근 주요 모델 가격을 최대 11% 인하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속속 가격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독일 3사인 벤츠·BMW·아우디 역시 10~20%대의 전기차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레이EV 사전 계약 소식을 알리며 기아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기반으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도심 엔트리 전기차로서 전동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아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레이EV를 포함해 니로플러스, 니로EV, EV6, EV9 등 가장 빠른 속도로 차급별 전동화 라인업을 완성해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도 가성비 모델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야 선택받게 될 것"이라며 "저가형 전기차를 찾고 있었던 소비자들에게 레이EV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것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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