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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살 사람 다 샀나'…재고 쌓이고 '부품 감산' 요청도


현대차·기아, 협력사에 "부품 생산 줄여달라"
2분기 미국 전기차 재고 9만2천대…전년비 4배 이상 증가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자동차 판매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재고가 지난해 대비 4배 넘게 증가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같은 주력 차종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재고가 늘고 있다. 전기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공급은 대폭 늘었으나,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특히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주요 부품 협력사에 8~9월 전기차용 부품 생산을 차종별로 15~20%씩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자 부품 수급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부품 감산을 요청한 차종은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GV60,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니로 플러스 등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기차 수요 증가로 협력사에 계속 증산을 요청해 온 현대차그룹이 부품 생산을 줄여달라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7만5천315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 증가했다. 지난해 1~7월에는 총 6만7천742대가 팔려 1년 전보다 117.4% 늘었다. 성장 속도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최근 재고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의 전기차 재고는 9만2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물량을 소진하려면 평균 92일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분기 내연기관 차량의 재고 소진 일수(54일) 대비 2배가량 길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적은 상황이라고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을 진단했다.

테슬라 전기차 7인승 SUV '모델Y' [사진=테슬라]
테슬라 전기차 7인승 SUV '모델Y' [사진=테슬라]

이 같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 확대를 위한 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테슬라가 5천만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는 '모델Y 후륜구동(RWD)' 차량을 출시하며 '저가 전기차' 전쟁에 불을 댕겼다. 2만5천 달러(3천200만원)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2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프리미엄 소형 전동화 SUV EX30을 공개했다. 짐 로언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EX30은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가격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폭스바겐 역시 보급형 전기차인 'ID.2all'의 출시를 예고했다. ID.2all은 2만5천유로(3천6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출시 예정이다. 이 차량은 코나EV나 볼트EV보다 작은 소형 전기차다. 수입 전기차 1위인 테슬라는 2만5천 달러(3천200만원)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2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대중화 시기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수익성 일부를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올해 목표한 전기차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각각 33만대, 26만대의 전기차 판매 목표를 잡았다. 그러나 1~7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는 현대차가 16만8천대, 기아가 11만6천대로 목표 달성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등 각 지역에서 인센티브 비용 증가와 수요 위축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연간 전기차 사업계획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기차 판매 둔화가 현대차그룹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유 연구원은 "전기차 판매 둔화는 전기차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둔화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고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9천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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