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추정 기업 가치만 최대 700억 달러(약 94조원)로 추산되는 ARM이 드디어 나스닥 상장을 신청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ARM을 통해 최근 연이은 투자 실패로 휘청이던 손정의 회장이 기사회생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RM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기업공모(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이번 기업공개의 주관사는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와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이다.
ARM은 영국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설계업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전자·퀄컴 등 기업들이 대부분 이 회사의 설계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업계에선 AP 중 90% 이상이 ARM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탓에 엔비디아는 2020년 400억 달러를 투입하며 ARM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우려로 인수가 막혔다.
이후 투자금 회수가 절실했던 손 회장은 ARM 상장으로 차선책을 택했고 3년여 만인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손 회장은 2016년에 영국으로부터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했다. ARM은 현재 소프트뱅크가 75%,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는 비전펀드가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ARM의 기업가치가 600억~7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에 상장되는 주식이 전체의 10%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RM은 IPO를 통해 80억~100억 달러(약 10조7300억~13조41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100억 달러 이상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은 알리바바(250억 달러), 메타(160억 달러) 등이다. ARM의 목표가 실현될 경우 역사상 3번째 많은 돈을 끌어모은 기술 기업으로 기록된다.
소프트뱅크는 ARM 상장과 동시에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ARM 지분을 부분 배정함으로써 고객사를 중장기 주주로 영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손 회장이 ARM 미국 상장 추진에 나선 것은 자신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연이은 투자 실패로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지난해 벤처 시장의 침체로 역대 최대 수준인 30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으로 이를 만회하고자 했지만 여러 차례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ARM 지분을 애플, 인텔, 삼성전자 등이 매수한다면 ARM의 기업가치도 커지게 된다"며 "다만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은 ARM 지분 인수에 아직 크게 관심을 두는 것 같진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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