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전설적인 엔지니어로 평가받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에 5천만 달러(약 650억원)를 투자했다고 3일 밝히며 이 회사의 CEO에 관해 이같이 소개했다. 이처럼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는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 TSMC 등 글로벌 기업이 모두 주목하는 반도체계의 거목이다.
그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인텔·AMD와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등에서 아키텍처 설계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에서 기술·시스템 아키텍처·클라이언트 그룹 수석 부사장 겸 실리콘엔지니어링 부문 총괄까지 올라 인텔 프로세서 혁신을 이끌었다.
짐 켈러 CEO는 AMD에서도 젠(Zen) 아키텍처를 개발해 회사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애플과 테슬라에서도 일하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자율주행 전용 시스템 설계를 주도했다.
텐스토렌트에는 2021년에 합류했고 올해부터 CEO를 맡고 있다. 텐스토렌트에서 인텔 주도 x86과 영국 Arm 대항마로 꼽히는 반도체 설계자산(IP) 아키텍처 'RISC-V'를 활용해 시장 가치를 10억 달러(1조3천억원)으로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최적화한 반도체 역량 확보 나선 현대차
갈수록 전자장비(전장)로 변모하는 자동차를 비롯해 모빌리티 산업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현대차그룹은 텐스토렌트가 최근 모집한 투자금(1억 달러) 가운데 50%에 해당하는 액수를 투자했다. 현대차는 3천만 달러(약 390억원), 기아는 2천만 달러(약 260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최적화한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텐스토렌트는 2016년 설립 이후 자체 개발한 AI 관련 지적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을 실생활에 활용하려면 마치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도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을 자동차가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력 순서대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는 별개의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텐스토렌트의 CPU, NPU 설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에 쓰일 맞춤형 반도체를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반도체개발실을 신설하고, 외부 업체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 짐 켈러 "글로벌 3위 자동차기업 현대차그룹 인상 깊어"
텐스토렌트 엔지니어 대다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두 회사는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텐스토렌트 짐 켈러 CEO는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인수, 앱티브(Aptiv)와의 합작법인 설립, 그리고 이번 투자 등 공격적인 혁신 기술 채택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3대 자동차 제조사의 반열에 오른 것을 보고 매우 인상 깊었다"며 "이번 투자 및 공동개발 논의 과정에서 두 회사 간 쌓인 신뢰에 대해 현대차그룹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 김흥수 부사장은 "텐스토렌트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미래 모빌리티에 최적화하면서도 차별화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외부 업체와의 반도체 협업 체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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