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던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삼성전자도 추가 투자에 나설 지 주목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SK, LG 등 주요 그룹들이 최근 각 계열사를 통해 연이어 베트남 기업과의 업무 협약 및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2~24일에 진행된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경제사절단으로서 동행했다.
재계에선 베트남이 중국, 미국에 이은 3대 교역국인 데다 한국의 핵심 경협 파트너로 부상한 만큼, 4대 그룹 총수들이 이번에 현지 정·재계 관계자를 두루 만나며 원활한 공급망 구축과 미래 산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봤다.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은 베트남을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삼고 공 들이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생산합작법인 HTMV를, 2021년에는 판매합작법인 HTV를 설립하고 지난해 HTMV 2공장을 준공하며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윤 대통령과 정 회장이 베트남에 방문하기 직전인 이날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본격 나설 것이란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전기차 '아이오닉5'를 다음달부터 베트남에서 생산키로 했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와 미래 혁신 인재 육성을 위한 협력센터를 신설키로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하노이 국립대 호아락 캠퍼스에서 레 꾸언 총장과 직접 만나 협력센터 설립에 합의했다. 또 현대차그룹 주선으로 해외 대학 유명 석학을 초빙해 하노이 국립대에서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예정에 없던 제안을 해 주목 받았다.
정 회장은 "하노이 국립대와 자동차산업 산학 협력을 통해 우수한 미래 혁신 인재 육성을 희망한다"며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많은 협력사들이 베트남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베트남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도 최근 SK그룹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현지 시장에 공 들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18년 SK㈜ 등이 총 5억 달러(약 6천460억원)를 출자,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했다. 올해는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유통전문 자회사 빈커머스 지분 16.3%를 매입했고, 마산그룹의 유통 지주사 크라운엑스에도 투자했다.
또 SK E&S는 이번 정상회담 기간 동안 베트남 기업·정부기관들과 친환경 에너지 영역에서 사업 협력 강화에 나섰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지난 23일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과 협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추 사장은 베트남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베트남(PVN)의 르 쉬안 후엔 부사장을 만나 청정수소 분야에서 공동 사업 진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발전소, 정유시설, 비료공장 등 PVN이 보유한 인프라스트럭처에 청정수소를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베트남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에 LG이노텍을 통해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이노텍은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증설에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베트남 생산법인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며, 투자 기간은 올해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다. 신규 공장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2024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하이퐁 시는 전력 확대를 위한 변전소 추가 설치,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한다.
LG이노텍은 구미, 파주에 이어 베트남 공장 투자를 확대하며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세계 1위 자리를 굳힌다는 각오다. 2016년 9월 설립된 LG이노텍 베트남 생산법인에는 약 3천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주요 생산품은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이다. 베트남 생산법인은 지난해 4조3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LG이노텍 해외법인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외에도 LG그룹은 1995년 LG전자가 베트남에 첫 진출한 이후 현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작년 생산 규모는 120억 달러(약 15조원) 수준으로 성장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하이퐁 클러스터는 전자계열 3개사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작년 기준 글로벌 세트·부품 생산액의 15%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지난 3월 하노이에 베트남 R&D 법인을 열었고, 중부 지역인 다낭에도 전장 R&D 센터 분소를 두고 있다.
두산도 이번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하이정성과 전자소재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두산은 베트남 하이정성에 위치한 배터리 연결 케이블(PFC)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향후 추가 투자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이정성은 두산 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베트남에서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3개 기업과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응이손2 발전소 사업자인 NS2PC와 친환경 연료 전환 사업 협력, 베트남 발전사 PV Power와 암모니아 혼소 사업 협력, EVN GENCO3와 친환경 연료 전환 기술 개발 협력을 추진한다. 협약에 따라 우선 내년까지 친환경 연료 전환 기술과 도입 방안을 도출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 타당성을 검토하고 실증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추진할 계획이다.
효성그룹은 베트남에서 섬유·산업자재·화학 부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섬유 부문에서 스판덱스 외에도 나일론 섬유에 대한 증설을 추진 중이며 친환경 섬유 등 차별화 제품 생산·판매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산업자재 부문에서는 탄소섬유, 아라미드, 바이오디젤 등 첨단소재 투자를 검토 중이다. 효성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32억 달러(약 4조1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매출 4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23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베트남을 전략 시장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향후 100년간 계속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GS그룹은 GS에너지를 통해 베트남 내 3GW(기가와트)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를 짓는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베트남 비나캐피털 등과 금융지원을 위한 3자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GS에너지는 2019년 11월 비나캐피탈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베트남 남부 롱안에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세워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생산되는 전력은 베트남전력공사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안정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이 같은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에 화답해 베트남 총리도 이번에 국내 기업 총수들에게 베트남에서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맞닥뜨릴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 정부·기업과 가장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는 삼성은 이번에 별도의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이 많아 전체 경제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베트남 삼성전자의 수출 금액은 650억 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18%를 차지했다.
또 이재용 회장이 꾸준히 베트남에 공 들이고 있는 것도 주효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이건희 선대회장과 베트남을 방문한 이래 꾸준히 베트남에 들러 현지 사업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특히 총 2억2천만 달러(약 2천830억원)가 투입된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 주목 받았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6개의 생산법인 및 판매법인, R&D센터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 타이응우옌에서 스마트폰 물량 절반 이상을 생산할 뿐 아니라 호찌민에서 TV, 가전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요 전자 계열사도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모듈 등 주요 제품들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중국과의 관계 급랭 상황에서 베트남이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며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 엔데믹을 맞아 경제 성장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도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사절단이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공급망 강화, 미래산업 등 협력 과제 발굴에 초점을 맞춰 투자 및 협력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의 탈중국과 더불어 베트남 선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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