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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상 최대 車 수출 실적의 이면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지난달 국내 자동차 수출액이 62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9.4% 급증한 것으로, 5월 기준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이다. 수출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 수출 호조로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60억 달러를 넘어선 뒤 3개월 연속 60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역대급 수출 호조세에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한국산 자동차가 잘나간다'며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생산 차질의 배경으로 작용했던 부품 수급이 개선되고, 각 완성차별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실어 나를 배가 없어 고육책을 짜내기 바쁜 상황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1만3천376대를 수출했다.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가 수출을 주도하며, 이 차량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 물량이 167.1% 늘었다.

전세계 60여개 국가에 수출 중인 XM3는 2020년 909대, 2021년 5만6천719대, 지난해 9만9166대를 수출했고,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3만7천804대를 수출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누적 수출 20만 대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자동차 전용선 부족과 해상운임의 급증으로 수출 물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죽하면 르노코리아 협력업체들은 자동차 수출 위기 국면에 따른 수출 지원 방안을 정부와 부산시, 지역 경제계에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협력업체협의회'는 "최근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출 물류비로 인해 어렵게 버텨온 자동차 수출 경쟁력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전용 선사가 없는 국내 자동차 완성차·부품 협력업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수출 물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완성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1척에 6천500대 정도를 실을 수 있는 자동차 전용 운반선을 이용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글로벌 물류 대란이 발생하며 해상물류 비용이 급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6천 대 정도 선적 가능한 자동차 전용 운반선 1척의 1년 평균 하루 용선료는 2010년부터 1만9천 달러 선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20년 하반기부터 용선료가 가파르게 상승해 과거 평균 용선료 대비 5만2천800달러 이상 급증한 상황이다.

이에 당장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을 회복하기 위해 르노코리아는 자동차 전용 운반선 대신 컨테이너선을 대안으로 택했다. 컨테이너 1대당 3대의 XM3를 선적하는 방식이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차량 1대당 10% 정도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다.

자동차 전용 운반선 부족은 르노코리아 만의 문제는 아니다. KG모빌리티도 자동차 전용 운반선을 구하지 못해 수출 물량 중 일부를 컨테이너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마저 자동차 전용 운반선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자동차 전용 운반선 주문에 뛰어들고 있다. 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전 세계 로로선 주문량은 142척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중국 선사들이 주문한 것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그룹 내 물류사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자동차 전용 운반선 조달에 큰 차질은 없지만, 전 세계적인 물류난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용 증가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업계도 상황의 시급함을 인식하고 나름대로의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초 해운업계와 중견자동차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자동차 수출물류 애로 해소를 위한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컨테이너선을 통한 대체 수출 옵션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자동차운반선 부족 현상이 가장 극심한 극동아시아-유럽 항로의 물류 애로 해소를 위해 유럽 기항 선사를 중심으로 유럽향 컨테이너선의 일정 선복을 자동차 대체 수출에 전용으로 할당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자동차 전용 운반선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정책금융 등을 통해 국적선사의 자동차운반선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출 경쟁력 확보는 단순히 기업들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글로벌 물류 대란과 같은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단순히 시장 논리에 따라 대응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 국가의 정부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해 기업들이 그 위에서 마음껏 경쟁하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출을 위한 물류 체계 안정화는 '수출로 먹고 산다'고 하는 한국에 필수적인 요소다.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이라는 표면적 지표에 안주하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안정적인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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