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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800원' 환차익 노린다…일학개미, 일본서 美 주식 원정투자


주식보관금액 4조원 돌파…미국 20년 국채·반도체 ETF 순매수 상위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엔화 가치가 약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주식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는 연일 상승세다. 여기에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일본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주식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일본주식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5일 기준 31억9천486만달러(약 4조900억원)를 기록하며 4조원을 넘어섰다. 연초 대비 12% 증가했고, 작년 6월에 비해선 22% 늘었다. 일본주식 보관금액이 3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약 1년 반만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일본주식을 순매도하던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월 50만달러, 5월 3천442만달러로 순매수 규모도 키우고 있다. 이달 들어선 지난 16일까지 2천427만달러를 순매수했다.

매수·매도 금액도 4월(1억7천351만달러)에 비해 5월(3억2천554만달러) 1.8배 이상 늘었다.

일본주식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들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국채 20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1천517만달러)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도 442만달러 규모로 담았다.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국내에서도 달러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을 일본 증시에서 '원정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엔화 가치가 향후 반등할 경우, 환차익에 따른 추가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한때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7.49원까지 떨어지며 800원선을 터치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밖에 일학개미들은 소니그룹(423만달러), 파나소닉 홀딩스(198만달러), 미츠비시(161만달러) 등을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일본 증시가 강한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니케이225는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엔 3만3천772.76까지 오르며 3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31%에 달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증시의 강세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일본은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전기차(EV) 전환에서는 뒤쳐지지만 반도체 소재,기계와 로봇, 상사 등 산업재 전반에서는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수년 전부터 유입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파트너가 돼 가고 있다. 일본이 신냉전 구도의 수혜국이 될 것으로 시장이 판단했다"고 했다.

또한 "일본이 30년의 디플레이션을 겪는 동안 낮아진 비용 구조도 투자를 유치하기 좋은 매력이 된다"며 "30년 동안 사회가 정체하면서 모든 부문에서의 가격이 하락했다.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력이 있는 국가가 비용마저 낮아지면 이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상승으로 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 주식은 버블 붕괴 후의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익 확정,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기 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달 들어서는 주가지수 선물에 대한 돌발적인 매도세가 확대되는 장면이 여러차례 확인됐다"면서 "차트상으로 장대음봉이 나타날 때까지 단기 급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으나, 일본 주식에 대한 중장기 롱 스탠스는 유지한다"고 설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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