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검찰 수사로 인한 노조 간부의 분신(焚身), 경찰의 광양제철소 망루 농성 진압 등 윤석열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TF를 조직하며 노동계 보호를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민주당의 친(親)노동 행보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자 국민의힘은 '정당한 법 집행'을 강조하며 반격에 나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건설노동자 탄압 및 과잉수사 대응 TF(이하 노동탄압TF) 제1차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노동계 탄압을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노동자들을 전쟁에서의 적으로 간주하는 정권의 행태에 걱정을 넘어 분노한다"며 "(TF와 함께) 우리 당이 힘을 모아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해 집중하고 정부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TF 단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은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 열사의 분신과 광양제철소 농성 진압'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각종 반(反)노동, 노동조합 말살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폭주를 멈추지 않으면 1996년 노조법 파동처럼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과 민주주의 수호 운동이 벌어질 것"이라며 노동탄압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진 의원은 이날 TF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에 노동탄압TF의 확대 편성을 요청하고 경찰청을 방문해 윤희근 경찰청장을 상대로 광양제철소 진압을 규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노동탄압TF와 함께 노동계 보호를 위한 당 차원의 조직적 대응을 본격화했다. 당 노동존중실천단(서영교·이수진·이형석 의원 등)은 이날 광양제철소 농성 현장을 방문해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격려했으며, 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전날(1일) 정부·여당이 집회시위에 대한 살수차(물대포) 사용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겨냥해 '살수차 제한법(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노동계 보호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양제철소 진압 사태와 관련해 "다시 야만, 폭력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고공에서 경찰봉을 휘둘러 농성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게 할 만큼 폭력을 가할 필요가 있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며 경찰의 의도적인 진압을 주장했다. 같은날 SNS에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국정 실패를 노동자 때리기로 눈 가리려는 속임수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이득을 위해 ‘노동자 갈라치기’하는 분열의 정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노동계 보호 움직임에 법치(法治)를 내세워 즉각 반발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경찰의 공무집행(광양제철소 진압)에 '야만과 폭력의 시대가 도래했다' 등의 망언을 퍼부었다"며 "집회의 자유에 앞서 불법에 엄정 대응하는 건 공권력의 책무다. 불법시위를 시작한 노조가 아닌 경찰을 비난하는 건 노조의 폭력저항을 부추기는 행위가 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부당한 노동 탄압이라 규정하고, 경찰이 의도적으로 노동자들의 폭력적 저항을 유발한 것처럼 음모론을 지피고 있다"며 "더 이상 '탄압딱지'로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말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반발에도 야당의 노동계 보호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특히 6월 국회에서 처리가 유력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으로 정부·여당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합법 파업 범위를 확대하는 법으로, 민주당은 지난 5월 정의당과 함께 해당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주도했다. 노란봉투법은 현재 본회의 최종 표결 전 여야 원내대표간 협의 절차를 밟고 있다.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양곡관리법·간호법처럼 노란봉투법 처리에 확고한 입장"이라며 "정권 견제를 위한 노동계와 야권의 연대는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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